여객기와 헬기가 충돌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사진=CNN 방송화면)
여객기와 헬기가 충돌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사진=CNN 방송화면)

 

[스포츠춘추]

미국 수도 워싱턴 D.C. 포토맥강에서 발생한 여객기-군용헬기 충돌 사고 탑승객 중 다수가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코치진으로 확인돼 국제 피겨스케이팅계가 충격에 빠졌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캔자스주 위치타발 아메리칸항공 5342편이 29일 오후 9시(현지시간) 전 로널드 레이건 내셔널공항 착륙 접근 중 미 육군 헬리콥터와 충돌해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이, 헬리콥터에는 군인 3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존 도널리 워싱턴 소방서장은 3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여객기에서 27구, 헬리콥터에서 1구의 시신을 수습했다"며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아 수색구조 작업은 시신 수습 작업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은 소속 선수와 관계자 6명이 사고기에 탑승했다고 확인했다. 더그 제그비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 사무국장은 "진나 한, 스펜서 레인 선수와 그들의 부모 2명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은 세계적 명성의 디크 버튼, 낸시 케리건 등 수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미국 피겨스케이팅의 산실이다.

특히 1994년 세계선수권대회 페어 종목 우승자이자 두 차례 올림픽 출전 경력의 예브게니아 시시코바-바딤 나우모프 부부도 탑승객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2017년부터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에서 코치로 활동해왔다. 이들의 아들이자 미국 대표팀 소속인 맥심 나우모프는 최근 열린 미국 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연맹은 성명을 통해 "위치타에서 열린 미국 선수권대회 이후 유망주 발굴 캠프를 마치고 귀환하던 우리 스케이팅 커뮤니티의 여러 멤버들이 안타깝게도 5342편에 탑승했다"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극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우리 국민들도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워싱턴발 비보가 전해졌다"며 사망자 발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참사는 미국 피겨스케이팅계에 또 한 번의 깊은 상처를 남겼다. 1961년 2월, 프라하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이동하던 미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 18명과 코치진 6명, 임원 4명이 비행기 사고로 전원 사망하는 비극이 있었다. 당시 국제빙상연맹은 미국 대표팀 전원의 희생을 기리며 그해 세계선수권대회를 전격 취소했다.

국제빙상연맹(ISU)은 성명을 통해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 이상의 하나의 가족과 같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미국 피겨스케이팅 연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3월 보스턴에서 개최 예정인 2025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고로, 세계 피겨스케이팅계는 64년 전의 아픔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연방항공청(FAA)은 현재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며, 조만간 관제탑과 두 항공기 간의 교신 기록과 비행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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