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정신이 멍해졌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아침, 로스앤젤레스의 11세 소년이 자신의 일기장에 남긴 첫마디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카드팩에서 메이저리그 최고 기대주 폴 스킨스의 '데뷔전 패치 카드'를 발견한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 말이다.
디 애슬레틱의 래리 홀더 기자는 1일(한국시간) 이 카드의 주인공인 11세 소년과 그의 가족을 단독 인터뷰했다. 카드 발견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이 인터뷰에서 소년의 가족은 신분 보호를 위해 익명을 요청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공식 라이선스를 보유한 탑스는 지난해부터 'MLB 데뷔전 패치 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수가 빅리그 첫 경기에서 착용하는 특별 제작 패치를 유니폼에서 떼어내 카드에 부착하고 선수의 사인을 받아 단 1장만 제작하는 방식이다.
소년은 지난해 11월, 크리스마스 선물로 '2024 탑스 크롬 업데이트 시리즈' 카드팩 한 상자만을 요청했다. 한 상자에 24개의 팩이 들어있는 이 제품은 출시 당시 210달러(29만 4천원)였으나, 스킨스 카드를 노리는 수집가들의 열기로 인해 650달러(91만원)까지 치솟았다. 소년의 부모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320달러(44만 8천원)에 구매에 성공했다.
크리스마스 아침, 소년은 다섯 번째 팩에서 스킨스의 카드를 발견했다. 놀라움을 진정시킨 소년은 뜻밖의 행운을 가족과 나누고 싶다며 형과 함께 수익금을 저축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다음 날 소년은 "저축하기 전에 카드를 좀 더 수집해보고 싶은데, 새 카드팩을 조금만 더 살 수 있을까요?"라며 평범한 11살 아이의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이 가족은 최근 LA 산불로 인한 지역사회 피해를 고려해 카드 발견 소식을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기로 했다. 소년의 어머니는 "많은 이웃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황금 티켓을 찾았다'고 자랑하고 다닐 시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카드는 3월 패너틱스 컬렉트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400만 달러(56억원) 이상의 가치를 점치고 있다. 이는 역대 현역 선수의 루키카드 중 최고가가 될 전망이다.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30년간 홈플레이트 뒤 시즌권 2장과 각종 혜택을 제안했으나, 소년이 LA에 거주하는 관계로 성사되지 않았다.
패너틱스의 마이크 마한 CEO는 "11세 소년이 올해 최고의 카드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축하해야 할 일"이라며 "소년의 신원 보호를 위해 매우 제한된 인원만 이 과정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야구카드 시장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 큰 성장을 보였다. 특히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직접 카드 회사와 협력해 선수들의 실제 유니폼 조각이나 사인을 담은 한정판 카드를 출시하면서 수집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PSA(프로페셔널 스포츠 인증)는 스킨스의 카드에 카드 품질과 사인 품질 모두 최고 등급인 10점을 부여했다.
경매 수익금 중 패너틱스 몫은 LA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기부될 예정이다.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발적으로 형과 수익을 나누겠다고 했다"며 "두 아이의 장래를 위한 자금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2024 탑스 크롬 업데이트 시리즈의 251장의 MLB 데뷔전 패치 카드 중 60장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레이스의 주니어 카미네로의 카드가 6만 6천 달러(9천 240만원)에 거래된 바 있으며, 양키스의 앤서니 볼피 카드는 15만 달러(21억원)에 거래되며 당시 최고가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