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프랜차이즈와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꿀 초특급 에이스를 어렵게 키워냈는데, 언론과 업계에서는 그 선수를 트레이드하란 말이 나온다. 현재도 없고 미래도 어두운 팀에 슈퍼 에이스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 굴욕적인 꼴찌팀의 신세다.
때아닌 트레이드설의 주인공은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2023년 전체 1순위로 뽑아 금지옥엽 길러낸 '콧수염 에이스' 폴 스킨스(22)다. 스킨스는 지난해 데뷔 시즌에 11승 3패, 평균자책 1.96의 압도적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했다. 올해도 평균자책 2.44를 유지하며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투수 개인의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은 바닥을 기고 있다. 2018년 이후 단 한 번도 승률 5할을 넘지 못한 피츠버그는 23일 현재도 17승 31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다.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0.3%에 불과하며, 특히 득점, 장타율, OPS 30위, 홈런과 타율 29위로 타선의 부진이 심각하다.
소년 가장 스킨스가 등판한 10경기에서 피츠버그는 3승 7패에 그치고 있다. 스킨스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선이 침묵하거나 불펜이 무너져서 승리를 날리는 패턴의 반복이다. 스킨스가 패전을 기록한 7경기에서 피츠버그 타선은 총 14득점에 그치며 에이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괴물 에이스조차 구원할 수 없는 피츠버그의 처참한 현실에 메이저리그에선 스킨스를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논쟁이 한창이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는 5월 23일(한국시간) "피츠버그가 폴 스킨스를 트레이드해야 하는가?"라는 기사에서 "스킨스 트레이드 이야기가 언론에서 떠돌고 있다"며 "순위 싸움과 거리가 먼 팀에게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로젠탈 기자는 "스킨스는 5년간 팀의 통제 기간이 남아 있는 감가상각 자산으로, 파이리츠와 장기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레이드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또한 "스킨스의 엄청나게 높은 가치를 고려할 때, 어떤 트레이드 패키지가 공정한 대가가 될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 기자도 복수의 구단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스킨스 트레이드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기자는 한 내셔널리그 구단 관계자를 인용해 "4년 이상의 팀 통제기간이 남은 스킨스는 최근 기억에 가장 탐나는 트레이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2022년 워싱턴 내셔널스가 후안 소토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트레이드할 때 받은 엄청난 패키지와 비교하며, 스킨스를 위한 패키지는 "소토 거래의 1.5배가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파인샌드 기자는 전했다.
한 아메리칸리그 구단 관계자는 파인샌드 기자에게 "보스턴 레드삭스가 트리스턴 카사스, 로만 앤소니, 마르셀로 마이어, 크리스티안 캠벨, 태너 후크를 모두 내놓는다면 어떨까"라며 "이런 걸 적어놓고 보니 '음, 피츠버그가 전화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내셔널리그 구단 관계자도 "스킨스 같은 선수들은 자주 나오지 않고, 이런 선수를 자유계약까지 4년 이상 앞둔 상태에서 영입할 기회는 더욱 드물다"며 "스킨스를 강팀의 로스터에 추가하면 월드시리즈 판도를 바꿀 수 있다. FA까지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그 팀은 미래를 포기하고라도 기꺼이 할 것"이라고 했다고 파인샌드 기자가 전했다.
하지만 피츠버그 구단은 스킨스 트레이드 가능성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벤 체링턴 단장은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킨스 트레이드는 전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방서 쏟아지는 트레이드 시나리오에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피츠버그의 이런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파인샌드 기자가 인터뷰한 한 아메리칸리그 구단 관계자는 "100% 합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스킨스를 트레이드한다면 2030년까지 성적은 포기하겠다고 인정하는 것 아닌가"라며 구단으로서는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논의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스킨스 트레이드 시 팬들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피츠버그는 과거에도 비슷한 선택을 한 바 있다. 2018년 게릿 콜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트레이드했을 때 받은 대가는 콜린 모런, 제이슨 마틴, 조 머스그로브, 마이클 펠리즈였다. 하지만 당시 거래는 언론과 팬들로부터 "대가가 너무 적고, 타이밍도 너무 늦었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스킨스는 현재 연봉 87만5000달러(약 12억원)를 받고 있으며, 내년까지는 연봉조정 자격 이전 상태다. 2030년까지 통제 기간이 남아있어 경제적 가치가 극대화된 상태에서, 이런 조건의 선수가 트레이드될 경우 MLB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구단은 선을 그었지만 피츠버그의 성적이 바닥을 기는 한 앞으로도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