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계좌에서 거액을 빼돌린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45)가 4년 9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캘리포니아주 산타애나 연방법원의 존 홀컴 판사는 7일(한국시간) 미즈하라에게 실형과 함께 3년간의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또한 오타니에 대한 1700만 달러(약 238억원)의 배상과 국세청(IRS)에 110만 달러(15억4000만원)의 세금 납부를 판결했다. 홀컴 판사는 판결문에서 "1700만 달러라는 도난 금액은 충격적으로 큰 액수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벌 수 없는 금액"이라고 지적하며, "미즈하라가 이 금액을 상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 미즈하라는 2021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약 1만9000건의 도박을 했으며 누적 도박 빚이 4070만 달러(570억원)에 달했다. 그는 이를 갚기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돈을 빼돌렸는데, 지난달 공개된 은행 통화 녹취록에서는 오타니를 사칭해 20만 달러의 계좌이체를 시도하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이메일과 휴대전화 번호를 자신의 것으로 변경한 뒤 은행에 전화를 걸어 송금을 진행했다.
법정에 선 미즈하라는 "오타니 씨에게 저의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변호인 마이클 프리드먼은 "도박 중독이 심각했고, 불법 도박업자는 오타니의 통역이라는 점을 악용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베팅 한도를 제공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검찰이 요구한 4년 9개월의 형량이 그대로 선고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 다저스가 한국에서 시즌 개막전을 치르던 중 불거졌다. 당시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곧 거짓말로 밝혀졌다. 2013년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오타니의 통역을 맡아온 미즈하라는 개인 비서와 홈런 더비 투수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10년 넘게 오타니의 최측근으로 활동해왔다.
미즈하라는 지난해 6월 은행사기와 허위 세금신고 혐의에 대해 이미 유죄를 인정했으며, 오는 3월 24일까지 교도소에 수감돼야 한다. 형기를 마친 후에는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일본 국적자인 그의 신분 특성상 일본으로 추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