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스포츠 게임계의 '명가' 스포츠 인터랙티브가 2025년판 풋볼 매니저(이하 FM25) 발매를 전격 취소했다. 지난 20여년간 매년 11월 새 버전을 출시해온 이 게임의 연례 발매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월 9일(한국시간), 게임 퍼블리셔 세가의 모기업인 세가 사미는 2024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공식화했다. 세가 사미는 발표문을 통해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그래픽 개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개발 자산은 차기작으로 이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FM25는 당초 2024년 11월 초 출시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됐다. 첫 번째는 11월 말로, 두 번째는 2025년 3월로 출시일이 미뤄졌다. 개발사는 10월 발표에서 2025년 1월 말 게임플레이 공개 일정을 예고했으나, 이 약속 역시 지키지 못했다.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충분한 수준으로 달성하지 못했다"며 "출시일을 연기할 때마다 원하는 수준에 가까워지려 노력했지만, 연초 주요 개발 단계에서 요구되는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매 취소의 배경에는 게임엔진 전환 과정에서 맞닥뜨린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FM 시리즈는 2004년 첫 출시 이래 자체 개발 엔진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마일스 제이콥슨 스포츠 인터랙티브 대표는 2023년 프랜차이즈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부 엔진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고, 유니티(Unity)를 새 엔진으로 선택했다.
시어런 브레넌 전 스포츠 인터랙티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20년 이상 사용해온 기술을 교체해야 할 시점이었다는 것이 내 판단"이라며 "여러 엔진을 평가한 끝에 유니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한 게임 업계 임원은 "기존 기술을 이전하면서 동시에 새 버전을 출시하는 것은 항상 도전적인 일"이라며 "맞춤형 엔진에서 유니티로의 전환에는 여러 난관이 따른다. 코드와 라이브러리, 아트를 변환하는 마법 버튼 같은 건 없다"고 설명했다.
FM 시리즈는 축구 게임 업계의 최상위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해왔다. PC와 모바일을 합쳐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명의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 기업등록소에 따르면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2023년 3월 종료 회계연도에 6500만 파운드(약 107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번 FM25 취소는 개발사에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버전에는 시리즈 최초로 여자 축구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티나 키치가 이끄는 분석가와 스카우트 팀은 2001년부터의 기록을 포함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왔으며, 포브스에 따르면 4000개 이상의 여성 클럽 데이터가 확보된 상태였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유튜브와 트위치 채널 'WorkTheSpace'를 운영하는 잭 피치맨은 "신작 게임 발매 취소로 약 2만 5000파운드(약 4100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연간 수입의 30%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생하는데, 올해는 그 기회를 놓쳤다"고 밝혔다.
다만 게임 업계 전문가 중에는 이번 발매 취소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다니엘 도킨스 퓨처 게임스 쇼 콘텐츠 디렉터는 "버그가 많은 상태로 출시된 게임의 평판 회복은 매우 어렵다"며 "사이버펑크 2077의 사례에서 보듯, 불완전한 상태로 출시된 게임은 개발사 주가를 75% 하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아직 FM26 출시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FM25 취소를 알리는 성명에서 "3월 이후에 FM25를 출시했다가 몇 달 뒤인 11월에 FM26을 내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말로 향후 일정에 대한 단서를 제시했다. 이런 설명을 종합해보면, 개발사는 FM25를 완전히 접고 기존 연례 출시 일정인 11월에 맞춰 FM26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