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의 간판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드는 지난 2주간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단 한 번의 게시물을 올렸다. 특별한 논란거리가 없는 게시물이었지만, 세계적 스타 선수가 이 플랫폼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이제 '엑스'가 많은 축구 선수들에게 '금기의 영역'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스티브 매델리 디 애슬레틱 기자의 11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엑스'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던 레알 마드리드의 주드 벨링엄마저도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이 소셜미디어에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나마 올린 대부분의 콘텐츠도 구단이나 스폰서, 팬 계정의 게시물을 단순 공유한 것이었다.
파리 생제르맹(PSG)의 킬리안 음바페는 지난해 10월 이후 게시물 1개와 리트윗 1개가 전부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는 정기적으로 게시물을 올리지만 대부분 사진 형태에 그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홀란드, 벨링엄, 음바페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리오넬 메시는 아예 엑스 계정조차 없다.
B-엔게이지드의 설립자이자 CEO인 엣센 샤는 디 애슬레틱에 "신인 선수들에게 '엑스'는 더 이상 논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며 "4~5년 전만 해도 '날것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추천했지만, 이제는 선수들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든 스포츠든 플랫폼의 부정적인 분위기 때문"이라며 "불타는 집에 들어가 보자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한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미디어 담당자는 "지난 5년간 선수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보여지길 원하는 방식이 크게 변했다"며 "과거에는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개인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구축이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는 선수들의 플랫폼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젊은 선수들의 경우 틱톡을 선호하지만, 대다수는 인스타그램을 주요 네트워크로 선택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 MKTG의 수석 부사장 아마르 싱은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소셜미디어 앱으로, 현재 대부분의 축구 선수들이 속한 밀레니얼/Z세대와 높은 친화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단들의 상황은 다르다. '엑스'는 여전히 속보, 업데이트, 공식 발표를 위한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고 트위터에서 엑스로 브랜드 명을 변경한 이후에도 이러한 지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IMG의 디지털 부문 수석 부사장 겸 전무이사인 루이스 윌트셔는 "대부분의 스포츠 조직이 예전과 같이 '엑스'를 활용하고 있다"며 "(경쟁 SNS 플랫폼인) 블루스카이나 스레드가 완전히 열린 골대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독일 분데스리가의 장크트 파울리처럼 엑스를 사용하지 않는 구단도 있다. 장크트 파울리는 지난해 11월 '엑스' 탈퇴를 선언했다. 구단 홍보팀장 패트릭 겐싱은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뒤 토론의 장을 혐오를 증폭시키는 공간으로 변질시켰다"며 "독일 의회 선거 캠페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로서는 '엑스'는 구단의 주요 뉴스 플랫폼으로, 인스타그램은 선수들의 선호 브랜딩 네트워크로, 페이스북은 높은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한 멀티플랫폼 세계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여기에 많은 구단이 자체 플랫폼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왓츠앱 채널을 통한 직접 정보 전달,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체 앱 개발 등이 그 예다.
아마르 싱은 "궁극적으로 팬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구단들이 팬들과의 직접적인 관계 구축에 더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팬들과 소통하는 데는 좋지만, 풍부한 데이터를 얻으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구단들이 깨달았다"며 "자체 플랫폼을 통해 팬들의 관심사를 이해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