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MLB)과 일본 프로야구(NPB) 간 선수 이동을 관장하는 '포스팅 시스템'이 일부 NPB 구단과 선수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현행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두 리그는 오타니 쇼헤이 등 스타급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일본 국내 야구의 인기를 떨어뜨리기보다 오히려 전체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MLB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17일 일본 도쿄에서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NPB 커미셔너와 회동한 자리에서 양 리그 간 선수 이동 협정에 변경 계획이 없음을 확인했다. MLB가 도쿄에서 개최한 야구 클리닉 현장에 등장한 맨프레드는 "현재 상황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며 "어제 (NPB 커미셔너와) 대화에서 적절한 수의 선수가 미국에 진출해 양국 야구 산업 모두에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현재 MLB와 NPB 간 포스팅 시스템은 2017년 개정된 협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선 NPB 구단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는 선수를 '포스팅'하면, MLB 30개 구단에 입찰 기회가 주어진다. 선수와 계약한 MLB 구단은 계약금의 일정 비율(계약금 2500만 달러 이하의 경우 20%, 2500만~5000만 달러는 17.5%, 5000만 달러 초과분은 15%)을 포스팅료로 NPB 구단에 지불한다.
하지만 현행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개선 요구도 적지 않다. 특히 오타니의 성공 이후 일본 젊은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조기 진출 시도가 늘면서 NPB 구단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선수 측에서도 구단이 진출 여부와 시기를 전적으로 통제하는 현 제도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30년전 노모 히데오의 미국 진출 당시 에이전트였던 돈 노무라는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포스팅 시스템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항상 구단이 선수의 이적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어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사례는 이 제도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23세 투수 사사키 로키는 올해 다저스와 650만 달러(약 91억원)에 계약했지만, MLB 단체협약 규정상 국제 아마추어로 분류돼 상한선이 적용됐다. 그가 25세 이후 진출했다면 수억 달러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협회(JPBPA)는 선수가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 위해 필요한 9년이라는 기간을 줄이려 노력 중이며, NPB 팀이 통제권을 갖는 선수 이름·이미지·초상권(NIL)도 되찾으려 시도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도 이를 적극 지원하는 상황이다.
MLBPA 토니 클라크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일본 야구는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층과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노동 및 비즈니스 측면에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성장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의 지적재산권과 개성이 경기장 안팎에서 중심이 될 때 업계 전체가 혜택을 받는 성장 잠재력이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양 리그는 현 시스템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NPB 역사 전문가 이토 노비는 "최고 선수들이 MLB로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렇게 해외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이 주목받으면서 더 많은 아이들이 프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게 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며 "지난 30년간 MLB와 경쟁하면서 NPB 경기 수준이 향상됐고 수익과 관중 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MLB는 현재 일본에서 시카고 컵스와 LA 다저스 간 정규시즌 개막 2경기를 포함한 오프닝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개최 중이다. 도쿄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는 NPB 팀 한신 타이거즈가 컵스와 디펜딩 챔피언 다저스 상대로 연이틀 3대 0 완봉승을 거둬 현지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양국 야구 협력에 대해 다저스 스탠 캐스턴 사장은 "야구 생태계에서 양측 모두를 위한 공간이 있다"며 "함께 일하는 것이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MLB와 NPB는 앞으로도 정기적인 교류전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등을 통해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