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MLB)에서 연봉 상한제를 둘러싼 노사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선수들이 지난 20년간 25억 달러 손해를 봤다"며 연봉 상한제 도입을 위해 선수노조를 패싱하고 선수들을 직접 설득하고 나섰다. 이에 토니 클라크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거짓 주장으로 선수들을 분열시키려 한다"며 맹반발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에반 드렐릭 기자는 6월 30일 "2026년 12월 단체협약 만료를 앞두고 연봉 상한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며 "또 다른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맨프레드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투자자 행사에서 터뜨린 폭탄 발언이 화제의 중심이다. 그는 "2002년에는 구단들이 수익의 63%를 선수들에게 지출했지만 현재는 47%로 줄었다"며 "만약 10년 전에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누는 거래를 했다면 선수들은 25억 달러를 더 벌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다른 프로스포츠처럼 수익을 균등 분배하는 연봉 상한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이다. 야구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중 상한제와 하한제가 없는 유일한 종목이다.
맨프레드는 연봉 상한제가 필요한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지난 20년간 4대 프로스포츠 중 야구의 연봉 상승률이 가장 낮다 ▲선수 중 10%가 전체 돈의 72%를 독식해 불평등이 심하다 ▲자유계약이 월드시리즈 직후 시작해 2월까지 질질 끌어 선수들만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더욱 파격적인 점은 맨프레드가 노조를 완전히 패싱하고 선수들을 직접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노조 지도부와 선수들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며 "선수노조 지도부는 변화를 이끌어가려는 의지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맨프레드는 3년 전 파업 종료 후부터 매년 거의 모든 팀을 방문해 선수들과 직접 만나는 '우회 전략'을 펼쳐왔다고 공개했다. "시스템 변화가 모두에게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선수들이 지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런 전략은 노조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으로, 노사관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맨프레드는 "구단주들 의견을 조율해 노조에 통합된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이미 선수들을 상대로 '사전 작업'을 끝낸 상태다.

이에 선수노조도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다. 클라크 사무총장은 맨프레드의 주장을 "완전한 거짓들로 가득한 세일즈 피치"라고 일축했다. 그는 "선수들을 서로 그리고 노조로부터 분열시키려는 것"이라며 "관중 증가, 기록적 수익, 프랜차이즈 가치 상승의 시기에 위기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실제로 MLB 지난해 수익은 121억 달러(약 16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클라크는 "선수들의 목표는 스포츠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모든 선수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연봉 상한제에 단호히 반대했다.
특히 그는 "선수로서든 임원으로서든 샐러리캡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연봉 상한제는 모든 선수의 수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장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모든 갈등은 올시즌을 앞두고 연봉 총액이 4억 달러에 도달한 LA 다저스를 둘러싼 논란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맨프레드는 "일부 지역 팬들이 자기 팀이 다저스와 경쟁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며 "이에 관한 많은 이메일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클라크는 정반대 논리로 맞섰다. "여러 도시 팬들이 자신들의 응원팀이 전력 강화에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구단들이 투자할 능력이 충분함에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같은 현상을 두고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맨프레드는 '다저스가 너무 많이 쓴다'고 보는 반면, 클라크는 '다른 팀들이 너무 적게 쓴다'고 보고 있다.
현재 단체협약은 2026년 12월 만료되며, 업계에서는 대체로 또 다른 파업을 예상하고 있다. 맨프레드는 직장폐쇄가 프로스포츠의 "새로운 규범"이라는 말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반대로 클라크는 "우리 목표는 항상 성실하게 협상하고 공정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직장폐쇄가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커미셔너 사무실"이라고 맞받아쳤다.
연봉 상한제라는 근본적 제도 변경을 놓고 벌어지는 이번 갈등은 단순한 협상을 넘어 MLB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기로다. 맨프레드의 '노조 패싱' 전략은 이미 노사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악화시키고 있어, 파업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