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인기가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지나 이제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7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인 이정후를 응원하는 현지 팬클럽까지 등장해 화제다.
MLB.com은 5월 1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 팬클럽인 '후리건(Hoo Lee Gan)'의 탄생 스토리를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후리건은 영국의 과격한 축구 서포터를 뜻하는 '훌리건(hooligan)'과 이정후(Jung Hoo Lee)의 영문 이름을 결합해 언어유희를 구사한 이름이다.
이 팬클럽은 지난 시즌 샌프란시스코 경기를 관람하던 38세의 카일 스밀리가 친구들과 나눈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됐다. 그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언어 유희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농담 삼아 야구 관련 말장난을 하다가 '훌리건'과 '정후 리'를 결합해 '후리건'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스밀리는 지난해 이정후가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면서 계획을 잠시 미뤘다가, 2025시즌 이정후가 복귀해 좋은 활약을 펼치자 본격적으로 팬클럽을 구성했다. 그는 특별 제작한 '후리건' 티셔츠와 붉은색 가발을 준비해 지난 4월 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50여 명의 팬들과 함께 325석에 앉았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응원 문화처럼 팬들이 함께 모여 응원하고 화합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는 스밀리의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붉은 가발을 쓴 '후리건'들은 오라클 파크 대형 스크린과 TV 중계 화면에 자주 등장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정후는 두 차례 멋진 슬라이딩 캐치로 화답했다.
스밀리는 "이정후는 내가 원하는 방식 그대로 야구를 한다. 스피드가 있고, 보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즐거움이 있다. 훌륭한 팀메이트이며 야구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며 "그는 KBO에서 영향받은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구사한다. 자이언츠 클럽하우스에 왕조 시절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 이정후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열광했다.
처음에는 일회성 이벤트로 생각했던 '후리건'은 미국 현지는 물론 한국 언론까지 큰 관심을 보이며 국제적인 화제가 됐다. 스밀리는 이에 공식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더 많은 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3주 전만 해도 이것은 내 아파트 뒤편에 있는 가발과 티셔츠 네 상자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제적인 기쁨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됐다. 정말 놀랍다"라고 스밀리는 말했다.
처음에는 이정후의 등번호 '51'을 따라 51명으로 제한했던 팬클럽 회원 수도 이제는 확장할 계획이며, 자이언츠 구단이 공식 운영하는 또 다른 이정후 팬클럽인 '정후 크루(Jung Hoo Crew)'와도 협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밀리는 "우리는 정말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무언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팀과 선수를 사랑하는 팬들의 모임을 만들고 싶다.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9이닝 동안 행복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가발을 쓰고 함께 어울리며 즐거워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은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정후는 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도 적시타를 추가하며 7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8회 득점권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관중석에서 "정후 리~"를 외치는 함성이 들려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