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LA 다저스가 5월 15일(한국시간) 팀 최고 유망주인 달튼 러싱(24)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콜업하고, 11년 차 베테랑 포수 오스틴 반스(35)를 방출 대기(DFA) 처리했다.
다저스 구단은 베테랑 포수와의 결별 결정 후 공식 SNS를 통해 반스를 위한 헌정 영상을 게시하며 그의 공로를 치하했다. 다저스 팬들 역시 소셜미디어에서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던 반스에게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쉬움을 표했다.
반스는 2015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줄곧 다저스에서만 활약한 프랜차이즈 선수였다. 주전 포수는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수비와 투수 관리 능력으로 팀 내 가치가 높았고 클레이튼 커쇼 등 에이스 투수들이 선호하는 포수였다. 반스는 2020년과 2024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일조했고, 2020년 코로나19 단축시즌 월드시리즈 최종전에서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의 냉혹한 현실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반스는 올 시즌 타율 .214에 출루율 .233, 장타율 .286으로 부진했다. 특히 31.8%의 삼진율과 2.3%의 낮은 볼넷률은 그의 커리어 최악 기록이었다. 구단은 지난해 정규시즌 350만 달러 옵션을 행사했지만, 반스의 성적 부진과 러싱의 뜨거운 활약이 맞물리며 결국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가 콜업한 러싱은 리그 최정상급 다저스 팜 시스템에서도 톱 유망주로 꼽힌다. 2022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40순위) 지명으로 입단해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 .277, 출루율 .412, 장타율 .519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는 31경기 동안 타율 .308에 출루율 .424, 장타율 .514로 맹타를 휘두르며 메이저리그 승격을 앞당겼다.
MLB 파이프라인은 러싱을 메이저리그 전체 15위, 포수 포지션으로는 1위 유망주로 평가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31위, 팬그래프는 8위, ESPN과 디 애슬레틱의 키스 로는 16위로 평가했다. 주 포지션은 포수지만, 다저스는 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1루수와 외야수로도 기용해 왔다.
주전포수 윌 스미스와 교통 정리가 관건이다. 스미스는 지난해 개막전을 앞두고 10년 1억 4천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으며, 올 시즌에도 타율 .330에 OPS .915로 맹활약 중이다. 게다가 지명타자 자리는 오타니 쇼헤이가 독점하고 있어 러싱의 출전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저스가 러싱을 콜업한 것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와 토미 에드먼의 부상으로 외야진에 공백이 생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러싱은 트리플A에서 포수 외에도 1루수와 좌익수로 출전한 경험이 있어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러싱은 이번 승격으로 다저스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윌 스미스에 러싱까지 보유한 다저스가 '포수 왕국'을 구축할 지도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