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파리생제르맹(PSG)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우승 뒤에는 6년 전 세상을 떠난 막내딸 '사나(Xana)'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엔리케 감독은 5월 1일(한국시간)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인터 밀란을 5대 0으로 대파한 후 세상을 떠난 딸을 추모하는 티셔츠를 입고 우승을 축하했다.
PSG 팬들도 경기 후 거대한 현수막을 펼쳐 사나를 기렸다. 현수막에는 2015년 바르셀로나 우승 당시 5살이던 사나가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 잔디에 깃발을 꽂는 유명한 장면이 담겨 있었으며, "항상 내 마음속에(Always in my heart)"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나는 2009년 11월에 태어난 엔리케 감독의 막내딸로, 엔리케는 그녀를 "놀라운 아이, 회오리바람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사나는 5살이던 2015년 아버지가 이끄는 바르셀로나가 베를린에서 유벤투스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 경기장에서 바르셀로나 깃발을 잔디에 꽂으며 기쁨을 함께했다.
하지만 사나는 9살이던 2019년 골육종이라는 희귀한 골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스페인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던 엔리케는 딸의 병세가 심각해지자 감독직을 그만두고 가족 곁을 지켰다. 사나는 바르셀로나의 산트 호안 데 데우 어린이 병원에서 5개월간 치료를 받았지만 2019년 8월 29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엔리케 감독은 결승전 승리 후 현지 기자회견에서 팬들의 추모 현수막에 대해 "매우 감동적이었다"며 "서포터들이 나와 내 가족을 생각해준 것은 아름다운 일이었지만, 챔피언스리그나 어떤 경기에서 우승을 위해 내 딸을 떠올리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딸은 우리 가족을 지지하며 여기 있다. 우리가 질 때도 그 애의 존재를 느낀다"며 "트로피 없이도 딸을 생각한다. 그 애는 항상 여기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엔리케 감독은 딸을 잃은 슬픔에 대해 담담히 털어놨다. 놀랍게도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나 원망의 기색이 전혀 없었다.
엔리케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험이 가장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며 "사람들은 '9살 어린 딸을 잃었는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 딸은 우리와 함께 9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에게는 그 아이에 대한 수많은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엔리케는 자신이 불행한지 행복한지 묻는다면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매우 행복했다"고 답했다.
사나의 죽음 이후 엔리케는 소셜미디어에 "너는 우리 가족을 이끄는 별이 될 것이다"라고 적었고, 딸의 이름을 딴 사나 재단 출범식에서는 "그 애의 에너지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엔리케 감독은 올 1월 기자회견에서 2015년 우승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추억"이라며 "사나가 바르셀로나 깃발을 잔디에 꽂는 놀라운 사진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는 파리생제르맹 깃발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내 딸은 물리적으로는 거기 있지 않겠지만 영적으로는 함께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나의 죽음 이후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찾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생이 어떤 시련을 주더라도 계속 전진하도록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2015년 바르셀로나에 이어 두 번째 팀으로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여섯 번째 감독이 됐다. 그는 "PSG에 온 첫날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트로피 진열장을 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빠져있던 트로피가 챔피언스리그였는데, 이제 우리가 해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나가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버지의 마음속에서 가족을 이끄는 별로 빛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