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의 나가시마와 오타니(사진=오타니 쇼헤이 SNS)
생전의 나가시마와 오타니(사진=오타니 쇼헤이 SNS)

 

[스포츠춘추]

일본이 배출한 최고의 야구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3일 별세한 일본 야구계의 전설 나가시마 시게오를 향해 애도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오타니는 6월 3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가시마와 함께 찍은 사진 3장과 함께 "마음으로부터 명복을 빕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사진은 지난 3월 도쿄돔에서 열린 다저스-자이언츠 연습경기 전 촬영된 것으로, 휠체어에 앉은 나가시마 옆에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오타니의 추모 글은 경기 시작 1시간 20분에 올라왔다. 평소의 오타니라면 SNS를 하지 않을 시간에 추도 글을 올린 것은 그에게 나가시마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 오타니는 과거 "일본 프로야구 하면 나가시마 시게오 씨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향년 89세로 별세한 나가시마는 오타니 이전 시대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였다. 1958년부터 1974년까지 17시즌 동안 요미우리 자이언츠 3루수로 활약하며 타율 0.350에 444홈런을 기록했고 팀을 일본시리즈 9연패(1965~1973)로 이끌었다. 센트럴리그 MVP도 5차례나 수상했다.

1974년 은퇴식에서 "자이언츠는 영원불멸하다"는 말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그는 은퇴 후에도 감독으로 활약하며 선수-감독 통합 13차례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2013년 국민영예상, 2021년 야구계 최초로 문화훈장을 받는 등 일본 야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오타니와 나가시마의 첫 만남은 2016년 12월 스포츠호치 대담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이었던 오타니는 "제가 어릴 때부터 큰 스타이셨다"며 존경심을 드러냈고, 나가시마는 "젊을 때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고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이후로도 나가시마는 오타니의 성장을 지켜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2021년 오타니가 아메리칸리그 MVP를 받았을 때는 "베이브 루스의 기록도 한번에 깨뜨려주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우승 때는 "우승 순간 가장 멋진 남자가 마운드에 서 있었다"고 극찬했다.

올해는 보안회사 세콤 광고에서 컴퓨터그래픽으로 투수 오타니와 현역 시절 나가시마가 맞붙는 '꿈의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오타니는 인터뷰를 통해 가상으로라도 나가시마와 대결하게 돼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오타니는 나가시마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날 메츠전에서 시즌 23호 홈런을 쳐냈다. 2점 뒤진 7회 2사 상황에서 터진 솔로포로, 비거리는 129m에 달했다. 타구가 우익수 뒤 불펜으로 사라지자 오타니는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타니의 추도 게시물에는 팬들로부터 "미스터 자이언츠에서 오타니 선수에게 바통이 넘어갔다", "마지막에 둘이 만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두 사람의 사진이 영원히 남을 것"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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