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이장석 구단주의 최측근이 조용히 돌아왔다. 키움 히어로즈가 과거 '옥중경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상수 변호사와 법률자문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키움 사정에 밝은 한 야구인은 "이장석 구단주의 측근인 임상수 변호사가 최근 키움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며 "구단 사무실에도 종종 나타나서 업무를 본다"고 전했다. 2022년 3월 비등기 법무이사 자리에서 자진사퇴한 뒤 소리소문없이 키움에 돌아온 것이다.
키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직원이나 임원이 아닌 법률자문으로 구단의 여러 법률적 이슈를 자문해주고 있다"며 "과거 구단에서 했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단이 소송도 진행 중이고 여러 법적 검토할 사안이 있어서 자문해주는 역할"이라며 "사무실에 매일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일이 있을 때 나온다"고 덧붙였다. 전용 공간은 아니지만 업무를 보는 공간도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수 변호사의 복귀는 야구계에서 상식 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장석 구단주는 구단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 2018년 KBO로부터 영구 실격 처분을 받아 구단 운영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러나 이후로도 구단에 각종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임상수 변호사의 존재도 그 중 하나다.
임상수 변호사는 과거 KBO가 "추후 리그 복귀시 상벌위원회 회부"를 예고했던 대상이다. 이장석 구단주의 '옥중경영' 의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2018년 2월 이장석 구단주가 영구 실격 처분으로 구단 경영 개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임 변호사는 교도소 면회를 통해 구단 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2019년 10월 한 지상파 뉴스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선 임 변호사가 "이거는 제 뜻이 아니라 이 대표님 뜻이고, 옥중경영 뭐 안 한다고 하지만 대표님 뜻을 들어야 된다는 거 알고 있잖아요"라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키움에서 임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한 자문변호사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전자결재 라인에 포함돼 임원들과 함께 중요한 사항을 결정했고, 임원 영입과 면접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KBO 마케팅 대행사인 KBOP 회의에도 히어로즈 구단 대표로 참석하며 '부사장 대우'라고 적힌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
키움의 옥중경영 문제가 커지자 KBO는 2020년 3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키움에 벌금 2천만원을 부과했다. '옥중경영'의 직접 당사자인 박준상 전 대표와 임상수 변호사에 대해서는 현재 KBO리그 소속 관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를 유보했지만, "추후 어떤 형태로든 KBO리그에 복귀하면 제재를 별도 심의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이후 2022년 법무 임원으로 키움 복귀를 시도했다가 논란이 되자 자진사임했던 임 변호사는 어느 틈엔가 법률자문이라는 형태로 다시 키움에 관여하고 있다. 키움 구단은 "구단 업무에 개입하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KBO 제재 대상인 인물을 법률자문이라는 우회적 형태로 불러들인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임상수 변호사의 법률자문 계약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임상수 변호사는 과거 키움 재직 시절 고액 자문료로 논란을 빚었다. 스포츠춘추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임 변호사는 2019년 5월부터 9개월간 키움으로부터 약 2억 3천만원에 달하는 법률 자문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4천만원에서 5천만원 수준으로, 야구계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을 벗어난 고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임 변호사의 자문 내역을 보면 구단의 핵심 법무 이슈부터 지극히 사소한 규약 검토까지 대부분 시간당 자문료를 받았다. 음주운전으로 퇴출당한 외국인 2군 감독 셰인 스펜서의 규약 위반 법리 검토에 5.2시간을 투입해 312만원을 받았고, 접대비 관련 법률문제 검토에는 0.5시간으로 30만원을 받았다.
음주운전에 대한 KBO 제재 사항 검토에는 0.4시간을 사용해 24만원을 받았다. KBO 제재에 관한 법적 대응 검토는 7시간에 492만원, 2군 운영 관련 KBO 규약 검토는 3.5시간에 210만원, 선수 계약 및 연봉에 관한 KBO 규약 검토는 1시간에 60만원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다른 구단들은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을 채용해서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업무를 외부 변호사에게 건마다 고액을 지불하며 맡긴 점이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지방 구단 관계자는 "우리 구단에서는 규약 검토 정도의 업무는 변호사 출신 직원이 맡아서 처리하고, 회의를 통해 검토한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건당 수백만원의 자문료를 줘야 할 정도 사안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키움의 옥중경영 논란은 이장석 구단주가 영구실격되고 박준상 당시 대표, 임상수 변호사가 구단을 떠나면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장석 구단주가 2021년 4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부터 다시 보이지 않게 구단을 좌지우지한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올랐다. 일례로 현 위재민 대표이사도 이 구단주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임상수 변호사까지 다시 돌아오면서, 박준상 전 대표가 위 대표로 바뀐 것만 빼면 사실상 2020년 3월 상벌위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구단 경영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키움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4일 현재 올시즌 키움은 61경기에서 16승 1무 44패, 승률 0.267로 압도적 꼴찌를 달리고 있다. 5월 22일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0.0%가 되며 2000년대 이후 5월 안에 가을야구 가능성이 사라진 첫 번째 팀이 됐다. 투수, 타자 성적 전부 최하위에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 수준의 기록을 내고 있다. 야구장 안팎에서 위기의 히어로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