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가우프가 사발렌카를 꺾고 정상에 섰다(사진=프랑스오픈 SNS)
코코 가우프가 사발렌카를 꺾고 정상에 섰다(사진=프랑스오픈 SNS)

 

[스포츠춘추]

미국의 떠오르는 스타 코코 가우프(21)가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를 꺾고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가우프는 6월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결승에서 사발렌카를 6-7(5-7), 6-2, 6-4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2023년 US오픈에 이어 커리어 두 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이다.

이날 경기는 거센 바람이 부는 악조건에서 펼쳐졌다. 사발렌카는 초반 기세좋게 4-1까지 앞서나갔지만 바람과 심리적 압박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에서 간신히 따냈지만 2세트부터 완전히 경기 흐름을 잃었다.

반면 가우프는 뛰어난 발놀림과 끈질긴 수비로 버텨냈다. 바람이 거세질수록 오히려 침착함을 유지하며 상대의 실수를 기다렸다. 그동안 가우프의 약점으로 여겨졌던 포핸드도 이날만큼은 믿을 만한 무기가 됐다.

결정적인 순간은 마지막 게임이었다. 5-4로 앞선 가우프의 서브 게임에서 매치포인트와 브레이크포인트가 번갈아 나타나는 극한의 긴장감이 흘렀다. 한 번의 실수로도 경기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가우프가 끝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기 후 사발렌카는 자신의 플레이를 혹독하게 질타했다. "내가 해본 결승 중 최악이었다"며 "몇 달간 보여준 테니스 중 가장 형편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유머러스한 패배 소감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눈물을 보이며 진심어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람 부는 경기 조건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사발렌카는 "조건이 끔찍했는데 가우프가 나보다 그런 환경에 잘 적응했다"며 "마치 누군가 하늘에서 비웃으며 '이걸 견뎌낼 수 있나 보자'고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사발렌카는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또다시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쓴맛을 봤다. 두 경기 모두 3세트 접전 끝에 패배했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코코 가우프가 사발렌카를 꺾고 정상에 섰다(사진=프랑스오픈 SNS)
코코 가우프가 사발렌카를 꺾고 정상에 섰다(사진=프랑스오픈 SNS)

승자 가우프는 2019년 15세에 프로 무대에 나선 이후 꾸준히 실력을 쌓아왔다. 서브와 포핸드 등 기술적 문제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21세에 그랜드슬램 2회 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이뤘다.

경기 후 가우프는 "3년 전 이곳 결승에서 졌을 때 정말 힘들었다"며 "끝까지 버텨온 게 뜻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즌 초반은 어려웠지만 클레이 코트에서 감각을 되찾았고,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을 향해서도 미소를 보이며 감사를 전했다. 

가우프는 2022년 프랑스오픈 결승 패배 이후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2연승을 달리고 있다. 특히 사발렌카를 상대로는 2023년 US오픈과 이번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프로 전체 결승 통산 전적은 10승 3패로 큰 무대에서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잇따른 그랜드슬램 결승 패배로 상심한 사발렌카는 "이미 미코노스행 항공편을 예약해뒀다"며 그리스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발렌카는 재충전 시간을 가진 뒤, 다음 달 윔블던에서 올해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에 재도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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