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의 유망주였던 휘틀리(사진=MLB.com)
한때 최고의 유망주였던 휘틀리(사진=MLB.com)

 

[스포츠춘추]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유망주로 불렸던 포레스트 휘틀리(27)가 결국 휴스턴 애스트로스로부터 방출 대기 명단(DFA)에 올랐다. 9년간의 기나긴 도전은 해피엔딩 대신 조기 종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MLB 닷컴은 6월 9일(현지시간) "휴스턴이 우완 투수 휘틀리를 방출 대기 명단에 올렸다"며 "2016년 1라운드 17순위로 지명한 후 9년간의 관계가 끝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시즌 전 유망주 평가 전문매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MLB 파이프라인이 모두 휘틀리를 '야구계 최고의 투수 유망주'로 평가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 휘틀리는 큰 점수차 경기에서조차 아웃을 잡아내지 못하는 패전처리 투수로 전락했다.

이번 시즌 휘틀리는 7.1이닝 동안 평균자책 12.27이라는 참혹한 성적을 기록했다. 6개의 볼넷으로 제구력 문제까지 드러냈다. 최근 3경기는 모두 10점 차 이상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여기서도 4.2이닝 동안 7자책점을 허용하며 야수 등판만도 못한 결과를 남겼다.

한때 최고의 유망주였던 휘틀리(사진=MLB.com)
한때 최고의 유망주였던 휘틀리(사진=MLB.com)

휘틀리의 몰락은 2018년 50경기 금지 약물 정책 위반 징계로 시작됐다. 이후 끝없는 부상이 이어졌다. 2020년 토미 존 수술, 2023년 광배근 부상, 올해도 왼쪽 무릎 문제로 두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19년 이후 빅리그에서 단 174.2이닝만 던진 휘틀리가 부상으로 헤매는 동안 구단 조직 내에서는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그보다 주목받지 못했던 후배 유망주들이 하나둘 휘틀리를 제치고 메이저리그에 먼저 올라갔다. 40인 로스터에서 위치는 갈수록 불안해졌고, 매 시즌 방출 위기설에 시달려야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마지막 기회"라는 휘틀리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휘틀리는 지난달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부상자 명단에 오르거나 뭔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솔직히 당황스럽다"며 "내 노력 부족으로 비춰지는 게 싫다. 필드에 서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잘 안 풀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를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보답해야 할 책임감을 느끼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자책했다.

조 에스파다 휴스턴 감독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감독은 "휘틀리가 메이저리그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부상과 싸웠는지를 생각하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하지만 이것이 야구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휘틀리의 구위는 정말 좋지만 우리 불펜의 퍼포먼스를 고려해야 했다. 성과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에스파다 감독은 "휘틀리의 선수 생활이 끝난 건 아니다.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고, 이 시간을 재정비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팀이 그를 영입할 수도 있다. 자신의 길을 찾는다면 여전히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한때 최고의 유망주였던 휘틀리(사진=MLB.com)
한때 최고의 유망주였던 휘틀리(사진=MLB.com)

휴스턴은 이제 7일 내에 휘틀리를 트레이드하거나 웨이버에 올려야 한다. 웨이버에 올리면 29개 팀 모두가 그를 영입할 기회를 갖는다. 여전히 27세의 나이와 뛰어난 구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남은 마이너리그 옵션이 없다는 점이 다른 팀들에게는 부담 요소다.

휘틀리는 2016년 드래프트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로부터 314만8000달러(44억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화려하게 프로 세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9년 후 그의 휴스턴 생활은 이렇게 쓸쓸한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한때 '차세대 에이스'로 불렸던 휘틀리에게는 혹독한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왔다. 부상과 역경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그의 사례는 치열한 프로야구 세계에서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냉혹한 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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