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KT 위즈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법 같은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8회말 한 이닝에만 11명의 타자가 나서서 승리확률을 90.8%나 끌어올리는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KT는 6월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에서 0대 5로 뒤진 8회말 한 이닝에 7득점을 올려 7대 5로 역전승했다. 8회말 시작 당시 승리확률 3.1%에 불과했던 KT는 NC 다이노스 투수진의 집단 자멸로 승리확률을 93.9%까지 끌어올리며 거짓말 같은 역전극을 연출했다.
경기의 분수령은 8회말이었다. NC는 선발 목지훈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상황에서 7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7회를 김영규가 잘 막은 뒤, 8회말에는 최근 매 경기 호투하며 불펜 에이스로 떠오른 전사민을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하려 했다. 5대 0으로 점수차가 넉넉해 NC의 손쉬운 승리가 예정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사민이 김상수와 안현민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리자 NC 벤치는 마음이 급해졌다. NC는 무사 1, 2루에서 전사민을 내리고 배재환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이때까지도 KT의 승리확률은 여전히 12.8%에 불과했다.
하지만 배재환 역시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했다. 이정훈의 안타로 무사 만루가 됐고, 장성우의 중전 적시타로 KT가 첫 득점을 올리면서 승리확률이 22.3%로 상승했다. 1사 후 허경민이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2점째(24.3%), 배정대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3점째를 올리자 확률은 37.9%까지 치솟았다.
대타 문상철 타석에서 배재환의 초구가 거의 헤드샷이 될 뻔한 볼이 되자, NC는 5아웃이 남은 상황에서 마무리 류진욱을 조기 투입했다. 하지만 여기서 초대형 변수가 터졌다. 류진욱이 문상철에게 던진 초구 패스트볼이 헬멧을 강타하며 헤드샷 퇴장을 당한 것이다.
누구도 예상 못한 상황이자, 절대 나와서는 안 될 상황에서 시즌 7번째 헤드샷 퇴장이 나왔다. 그것도 좀처럼 보기드문 초구 밀어내기 헤드샷. 밀어내기로 4점째를 올린 순간 KT의 승리확률은 56.2%로 역전됐다.
급하게 등장한 좌완 임정호마저 김민혁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5대 5 동점이 됐다. NC는 8회 한 이닝에만 몸에 맞는 볼 3개를 던져 KBO리그 한 이닝 최다 몸에 맞는 볼 타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세웠다.
이어 김상수가 중전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해 7대 5로 점수를 뒤집었고, KT의 승리확률은 93.9%까지 치솟았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KT의 공격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4타석 모두 볼넷으로 출루했던 3번타자 안현민이 투수 앞 병살타를 때리면서 비로소 끝났다.

NC는 8회에만 전사민, 배재환, 류진욱, 임정호, 이준혁 등 투수 5명을 내보냈다. NC 불펜진은 이준혁을 제외한 4명이 모두 4사구를 1개 이상 내주는 집단 제구 난조 속에 한 이닝에 7점을 내주면서 5대 0 리드를 날렸다.
NC 선발 목지훈은 6이닝 동안 5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프로 입단 후 첫 무실점 피칭을 펼쳤지만 불펜의 난조로 승리를 날렸다. 반면 KT 선발 오원석은 5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될 위기에서 타선 지원으로 패전을 면했다. 8회 등장한 최용준은 2실점을 허용했음에도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고, 9회 박영현이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편 두산 베어스는 같은 날 잠실구장에서 라이벌 LG 트윈스를 6대 5로 꺾었다. LG는 4대 4 동점 상황에서 선발투수 손주영을 구원으로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손주영이 0.1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으로 무너져 실패로 돌아갔다. 두산은 김택연이 9회말 위기를 넘기며 한 점차 승리, 시즌 12세이브를 기록했다.
양현종-김광현 선발 대결이 펼쳐진 인천에선 연장 11회 혈투 끝에 5대 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투구내용에선 KIA 양현종이 6이닝 2실점으로 SSG 김광현(4.2이닝 4실점)보다 나았지만, 9회 마무리 정해영이 2실점으로 무너져 승리를 날렸다. 노장 최형우는 김광현 상대로 시즌 13호 3점 홈런을 날렸고, KIA 성영탁은 1.2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후 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을 17.1이닝까지 늘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