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의 태양왕 인판티노.
축구계의 태양왕 인판티노.

 

[스포츠춘추]

트럼프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더니 허풍만 늘었다.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축구가 미국에서 1위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클럽월드컵의 참담한 흥행 실패와 함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빈축만 사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6월 21일(한국시간) 뉴욕 '패너틱스 페스트'에서 열린 토크쇼에서 "3~4년, 최대 5년 안에 축구가 미국 최고의 스포츠가 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왜 그럴 수 있는지 말해줄 수 있다. 지금 내가 여기 있기 때문"이라며 특유의 과장된 허세를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은 인판티노의 장밋빛 전망과는 거리가 멀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S&P 글로벌이 올해 실시한 여론조사(2500여명 대상)를 인용해 "축구를 시청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4%에 불과해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 전통적인 '빅4' 스포츠는 물론 동·하계 올림픽보다도 낮은 7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관중 동원력에서도 축구는 2024년 전체 스포츠 관람객 2억9200만 명 중 8%만 차지해 야구(35%), 농구(22%), 미식축구(20%)에 크게 뒤처진 4위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인판티노가 "빅뱅"이라고 야심차게 홍보한 미국 클럽월드컵의 참담한 흥행 참패가 그의 현실 감각을 의심하게 만든다. 지난 17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첼시 대 LA FC 경기는 7만 명 수용 가능한 경기장에 2만2137명만 입장해 텅 빈 관중석을 연출했다.

엔초 마레스카 첼시 감독은 경기 후 "이상한 분위기였다. 경기장이 거의 비어있었다"고 토로했다. 킥오프 1시간 전까지도 경기장은 거의 비어있었고, 저렴한 티켓 구매자들에겐 아래층의 더 비싼 좌석으로 이동하라는 안내까지 나올 정도였다.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가 뛰는 인터 마이애미 경기조차 티켓값이 원래 349달러(약 49만원)에서 20달러(약 2만8000원), 심지어 4달러(약 5600원)까지 폭락했다. 플루미넨시와 마멜로디 선다운스 경기는 1만 장도 팔리지 않았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클럽월드컵이 더 이상 열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며 "이를 축구 일정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인판티노는 현실을 외면한 채 뻔뻔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클럽월드컵 비판에 대해 "약간의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이고 특별한 것"이라며 "최고의 팀과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진짜 월드컵"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또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이 대회를 사랑하고 있다"며 해리 케인의 발언을 인용해 "환상적인 대회이고 아름답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케인이 극찬한 경기는 마이애미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보카 주니어스 경기로, 아르헨티나 팬들이 대거 몰려 예외적으로 열기가 뜨거웠던 경기였다.

인판티노의 현실 인식 부족을 보여주는 발언은 또 있다. 그는 미국 축구에도 승격-강등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축구에서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작은 팀이 큰 팀을 이길 수 있다"며 "이런 개념이 없는 미국 문화에도 흥미로운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축구 생태계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망언에 가깝다. 메이저리그 사커(MLS)는 1996년 출범 이후 안정성과 균등성을 바탕으로 한 폐쇄형 리그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이는 화려했지만 실패한 전신 북미축구리그(NASL)와 달리 지속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016년 딜로이트 조사에서 미국 축구팬 88%가 승격-강등 제도 도입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 조사를 의뢰한 곳이 하위 리그 클럽 마이애미 FC였다는 점에서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인판티노는 "클럽월드컵과 내년 월드컵을 통해 젊은 미국인들에게 축구를 통해서도 영광과 돈을 얻을 수 있다는 길을 보여주겠다"며 "축구를 통해 유명해지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현재 클럽월드컵의 참담한 실패가 보여주듯, 인판티노의 미국 축구 시장에 대한 판단력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허풍선이 FIFA 회장의 아무말 대잔치를 진지하게 듣는 축구팬이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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