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감독들의 패션이 실용적이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NBA 2K 게임화면.
NBA 감독들의 패션이 실용적이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NBA 2K 게임화면.

 

[스포츠춘추]

NBA 코트사이드에서 명품 정장을 입은 감독들의 모습은 이제 과거가 됐다. 80-90%의 감독들이 편안한 캐주얼 복장을 선호하면서 농구계 패션이 완전히 바뀌었다.

6월 11일 열린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NBA 파이널 3차전에서 릭 칼라일과 마크 데이그놀트 감독은 쿼터집(지퍼 달린 상의)과 슬랙스 차림으로 경기장에 나섰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를 가리켜 "2020년 코로나19 버블 이후 시작된 NBA 감독들의 드레스코드 변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미농구감독협회 회장인 칼라일은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 투표를 했는데 현재 방식을 지지하는 비율이 80대 20을 훨씬 넘어 85-90%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협회는 수석 감독뿐 아니라 200명 이상의 모든 코치진 의견을 세심하게 듣는다"고 설명했다.

NBA 규정에 따르면 감독들은 경기 중 '비즈니스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남성 감독의 경우 스포츠 코트나 정장 재킷, 드레스 셔츠나 쿼터집, 슬랙스나 디자이너 청바지, 적절한 신발과 드레스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운동화, 샌들, 슬리퍼, 워커는 금지되며, 조거 팬츠, 점프수트, 스웨트팬츠, 레깅스 등 애슬레저 아이템도 허용되지 않는다.

NBA 리그 운영 담당 바이런 스프루엘 사장은 디 애슬레틱에 "현재 가이드라인은 5년 전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버블에서 시작된 '수정 드레스코드'"라고 설명했다. 당시 플로리다의 무더위와 습도 때문에 감독들이 팀 버스에서 경기장까지 이동할 때 편의를 위해 복장 규정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스프루엘 사장은 "감독들이 캐주얼한 모습에 익숙해졌고, 원정 여행 때 짐싸기가 쉬워지며, 팀에서 지급하는 비슷한 옷을 입으면서 코치진의 통일성도 높아졌다"며 완화된 드레스코드를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나타난 출근복의 캐주얼화 흐름과도 일치한다. 지난 5년간 미국인들의 직장 내 복장은 더 편안하고 캐주얼해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릭 칼라일 인디애나 감독.
릭 칼라일 인디애나 감독.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J.B. 비커스태프와 애틀랜타 호크스의 퀸 스나이더 감독은 두 방식을 모두 경험한 세대다. 비커스태프 감독은 "하루를 조금 더 쉽게 만들어준다. 그날 내려야 할 결정이 하나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감독은 "여전히 전문적으로 보이면서도 복장 고민을 덜 수 있어서 좋다"며 "타임아웃 후 어떤 전술을 쓸지 생각하는 데 집중할 수 있고, 신발이 벨트와 어울리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더 편하고 기능적이라 좋다"고 말했다.

최근 해고당한 톰 티보도 뉴욕 닉스 감독(사진=NBA 중계화면)
최근 해고당한 톰 티보도 뉴욕 닉스 감독(사진=NBA 중계화면)

하지만 소수 의견도 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케니 앳킨슨 감독은 "우리가 정장을 입었으면 좋겠다. 소수 의견인 걸 안다"며 "우리는 전문직인 만큼 정장을 입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TV 화면에서도 멋져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14살 딸이 일주일에 한 번은 '아빠, 정장 입은 모습이 그리워요'라고 말한다"며 "특별한 미학을 준다고 생각한다. 다른 감독들이 뭘 입는지 보는 재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밀워키 벅스의 닥 리버스 감독도 아들 오스틴 리버스(전 NBA 선수)로부터 비슷한 지적을 받는다. 리버스는 "아들이 '정장을 입으면 더 권위 있어 보인다. 경기 분위기도 더 격조 있고. 하키 감독들을 봐라. 모두 정장을 입는다. 누가 감독인지 안다'고 하더라"며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2주 원정 때 짐을 쌀 때 바지 두 벌과 쿼터집만 챙기면 되니까 정말 좋다"고 말했다.

1980년대 말 LA 레이커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파이널에서는 패션도 경쟁이었다. 레이커스의 팻 라일리는 완벽한 아르마니 정장을 입었고, 피스톤스의 척 데일리는 '대디 리치'라는 별명답게 100벌 이상의 정장을 소유한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제 NBA 코트사이드는 편안함이 우선인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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