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빅뱅"이라고 야심차게 홍보한 클럽 월드컵이 참담한 흥행 실패로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티켓 가격이 72시간 만에 473달러에서 13달러로 폭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FIFA의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다.
스포츠 전문지 디애슬레틱은 7월 6일(한국시간) 첼시와 플루미넨시의 준결승전을 예로 들며 FIFA의 급격한 티켓 가격 인하 실태를 공개했다.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준결승전 티켓은 수요일 473.90달러(약 64만원)에서 금요일 44.60달러, 토요일 오전 27.90달러를 거쳐 오후엔 13.40달러(약 1만830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72시간 만에 가격이 97%나 폭락한 것이다.
팬들은 3일 전 가격의 2.8%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같은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경기장 안에서 파는 치즈스테이크(15달러)나 맥주(14달러)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상황에 따라 티켓값이 변동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아이러니하게도 클럽 월드컵의 가치가 맥주 한 잔만도 못하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같은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두 번째 준결승전은 더욱 극단적이다. 수요일 978달러(약 133만원)였던 티켓이 토요일 오후엔 199.60달러(약 27만원)까지 떨어졌다. 일찍 티켓을 구매한 팬들은 5배나 비싼 값을 지불한 셈이다. 앞서 8강전에서는 첼시 대 팔메이라스 경기가 11달러, 알 힐랄 대 플루미넨시 경기도 11달러까지 내려가는 '최저가' 행진을 벌였다.
세계 최고 스타 리오넬 메시가 뛰는 인터 마이애미 경기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349달러였던 최저가가 올해 1월 230달러, 5월 55달러를 거쳐 일부는 5달러까지 떨어졌다. '메시 효과'도 통하지 않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런 폭탄 세일에도 불구하고 관중 동원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대부분 경기에서 수만 개의 빈 좌석이 눈에 띄었다. 엔초 마레스카 첼시 감독은 지난달 애틀랜타에서 열린 LA FC와의 경기 후 "이상한 분위기였다. 경기장이 거의 비어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은 2만2137명만 입장한 상황이었다.
무관중 경기에 가까운 흥행 실패에 FIFA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공짜 티켓을 뿌리고 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FIFA는 지난주 자원봉사자들에게 8강전 무료 티켓 4장씩을 제공했고, 경기 관람 시 유니폼을 입지 말 것을 요청했다. 마치 유료 관객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흥행 실패의 근본 원인에 대해 축구계는 냉혹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대형 축구 이벤트는 역사와 전례가 중요하다"며 "FIFA가 클럽 월드컵에 인위적으로 권위를 부여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인판티노 회장이 "최고 대 최고"라고 홍보했지만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현 챔피언들은 참가하지 않았고, K-리그 울산 현대나 뉴질랜드 아마추어 팀이 참가해 대회의 수준을 떨어뜨렸다.
FIFA의 미국 시장 오판도 치명적이었다. FIFA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티켓이 수백, 수천 달러에 거래되는 미국 시장의 구매력을 과신했지만, 세계적으로 이 대회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간과했다. 여기에 평일 오후 집중된 경기 일정, 무더위, 그리고 다른 축구 이벤트들과의 일정 중복까지 겹쳤다.

FIFA가 이번 대회에 쏟아부은 비용을 생각하면 현재 상황은 더욱 참담하다. FIFA는 마케팅에만 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방송사 DAZN과의 10억 달러 계약도 인판티노의 초기 기대에 훨씬 못 미쳤고, 몇 주 전까지 여러 유럽 클럽들이 대회 참가 포기를 진지하게 고려했을 정도였다.
FIFA는 공짜 티켓 살포 의혹에 대한 디 애슬레틱의 문의에 "자원봉사자들에게 경기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FIFA 대회에서 흔한 일"이라며 "시장 관행에 따라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구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티켓을 비싸게 산 구매자들에 대한 환불이나 할인 혜택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내년 미국 월드컵을 앞둔 FIFA로서는 이번 클럽 월드컵 흥행 '폭망'이 큰 부담이다. 인판티노 회장의 야심작이 조롱거리로 전락한 상황에서, 과연 FIFA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내년 본 대회의 성공을 장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