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창단 120년 만에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유럽무대 진출의 꿈을 이룬 크리스탈 팰리스가 황당한 규정 때문에 유로파리그에서 밀려나는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다중 구단 소유 규정을 내세워 팰리스의 유로파리그 출전을 불허한 것이다.
UEFA는 7월 12일(한국시간) 크리스탈 팰리스가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대신 팰리스는 3부 격인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 출전하게 된다. 프리미어리그 7위로 원래는 콘퍼런스리그 진출권을 얻은 노팅엄 포레스트가 팰리스를 대신해 유로파리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팰리스 공동 소유주 존 텍스터가 프랑스 리옹의 대주주이기도 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UEFA는 같은 소유주가 지분을 가진 두 구단이 동일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애초 재정난으로 2부리그 강등 위기에 놓였던 리옹이 지난 10일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하면서 팰리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팰리스는 지난 5월 FA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1대 0으로 꺾고 창단 이래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에베레치 에제의 결승골이 120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냈지만, 그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팰리스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다중 구단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억울한 점이 있다. 스티브 패리시 팰리스 회장은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우리가 다중 구단 체제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직원도 공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텍스터는 팰리스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지난 6월 23일에는 이미 자신의 지분을 뉴욕 제츠 구단주 우디 존슨에게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팰리스 측은 "텍스터가 우리 구단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지만 UEFA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패리시 회장은 "우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축구에게 나쁜 날이고, 끔찍한 불의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우리는 말도 안 되는 규정상 허점 때문에 유럽 대회에서 배제됐다"며 "모든 구단의 서포터들이 우리를 위해 분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팰리스는 즉각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패리시 회장은 "이는 우스꽝스러운 결정이다. 우리는 항소 법원이 우리의 주장을 들어주길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팰리스의 분노에는 과거의 아픈 기억도 작용하고 있다. 1990-91시즌 리그 3위로 UEFA컵 진출권을 얻었지만, 1985년 헤이셀 스타디움 참사의 여파로 모든 잉글랜드 구단이 유럽 대회 출전을 금지당한 상태였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갈 무렵 리버풀의 출전 금지만 먼저 풀리면서 팰리스는 순위상으로는 자격이 있었음에도 유럽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34년 만에 또 억울한 일을 당한 셈이다.
UEFA는 작년 7월 맨체스터 시티와 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니스 같은 다중 구단 소유 사례에서는 "소유 구조 변경"을 이유로 같은 대회 출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번 팰리스에게는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팰리스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결과에 극도로 실망한다"고 밝혔다. 창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팰리스에게는 부당한 처사라는 여론이 거세다. CAS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유로파리그 진출 여부가 확정되지 않지만, 팰리스로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