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안 쓴다더니 너무 좋아하는 스쿠발(사진=MLB 방송화면)
ABS 안 쓴다더니 너무 좋아하는 스쿠발(사진=MLB 방송화면)

 

[스포츠춘추]

내년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도입을 앞둔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이 16일(한국시간)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5 올스타전에서 첫 선을 보인 가운데, 올스타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95년 올스타전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ABS는 경기 흐름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판정을 제공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이날 경기에서는 총 4차례의 챌린지가 있었고, 그 중 3건이 성공해 75%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첫 번째 챌린지는 1회 말 아메리칸리그(AL) 선발 타릭 스쿠발이 마니 마차도를 상대로 한 0대 2 상황에서 나왔다. 포수 칼 랄리와 함께 챌린지를 신청한 89.5마일(143.9km/h) 체인지업이 볼에서 스트라이크로 뒤바뀌면서 삼진이 됐다.

AL 올스타는 이날 3차례 챌린지를 모두 성공시켰다. 5회 초 제이콥 윌슨이 맥켄지 고어의 패스트볼 판정을 뒤집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었고, 9회 말엔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가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바꿔 결정적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반면 내셔널리그(NL)는 2차례 시도해 1승 1패를 기록했다.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인물은 NL 감독 데이브 로버츠였다. 그는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댄(이아소냐) 심판의 판정이 대체로 맞았지만, 뒤바뀐 것도 몇 개 있었다"며 "팬들이 즐겼고 선수들도 재미있어했다. 시즌 중에 도입된다면 전략적 요소도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든다. 야구에 좋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ABS 시스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로버츠 감독(사진=MLB 중계화면)
ABS 시스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로버츠 감독(사진=MLB 중계화면)

선수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2025 올스타전 MVP로 선정된 카일 슈워버는 "흥미로운 시스템이다. 리그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는 독특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적이 걸린 실제 상황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일지 팬들에게 보여준 방법이었다"고 논평했다.

23세 신예 윌슨은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챌린지를 경험했다. 그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ABS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스쿠발의 공이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했다"며 "젊은 선수로서 올스타전에서 ABS를 사용해본다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트리플A에서 ABS를 경험한 윌슨은 "상당히 긴장된다"면서도 "분명히 새로운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대체로 ABS 사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AL 선발 스쿠발은 경기 전날만 해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막상 경기에서는 주저 없이 챌린지를 신청했다. 그는 "솔직히 사용할 계획이 없었는데, 그 공이 스트라이크라고 느꼈다"며 "ABS는 도입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결국 올 테니까 미리 익숙해지는 편이 낫다"고 현실적인 전망을 내놨다.

첫 번째 ABS 타깃이 된 마차도도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2023년 피치 클록 위반으로 자동 스트라이크를 받은 최초의 타자였던 그는 "시범경기에서 첫 번째였으니까 이번에도 첫 번째가 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사실 그 공은 쳤어야 했는데, 바로 스트라이크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FOX 중계진을 위해 마이크를 착용한 선수들의 대화도 팬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스쿠발과 랄리가 센터쪽 전광판의 리플레이를 보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고 "스트라이크 같은데"라고 답하는 대화가 그대로 중계되며, 챌린지 과정의 투명성을 보여줬다.

올스타전에서 적용된 ABS 규칙은 시범경기와 동일했다. 각 팀은 2회의 챌린지 기회를 받으며, 챌린지가 성공하면 해당 기회를 유지한다. 투수, 포수, 타자 모두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판정 직후 즉시 챌린지를 신청해야 한다.

MLB는 2021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테스트해왔으며, 2022년부터는 트리플A에서 정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같은 챌린지 규칙을 적용했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르면 2026년 정규시즌부터 ABS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날 올스타전의 성공적인 운영은 정규시즌 도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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