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윔블던 챔피언 야닉 시너가 과거 도핑 사건의 핵심 인물을 다시 불러들였다.
7월 23일(한국시간) 시너의 매니지먼트팀은 움베르토 페라라를 피트니스 코치로 재임명했다고 발표했다. 페라라는 시너의 도핑 양성 반응을 야기한 '트로포더민' 스프레이를 구매한 장본인이다. 불과 1년 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물리치료사 지아코모 날디와 함께 해고했던 인물을 다시 부른 것이다.
최근 테니스계는 도핑 처벌의 '이중잣대' 논란으로 떠들썩했다. 톱 스타들에게만 관대한 잣대가 적용된다는 비판이었다. 시너와 이가 시비옹테크 모두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는 게 중론이다. 닉 키리오스는 별표 하나로 불만을 표출했고, 데니스 샤포발로프는 "선수마다 다른 규칙"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더욱 신랄했다. "내가 똑같이 했다면 감옥에 갔을 것"이라는 독설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런 마당에 굳이 논란의 중심 인물을 다시 고용한다니. 시너 측은 "연속성과 성과에 집중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페라라와 날디를 해고한 뒤 시너는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거뒀다. 4개 그랜드슬램 중 3개를 우승했다. 성과를 위해서라면 굳이 페라라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뜻이다.
더욱 의아한 건 타이밍이다. 시너는 올해 윔블던 직전 노박 조코비치의 전 코치진이었던 마르코 파니치와 율리시스 바디오를 해고했다. 그리고 그 직후 윔블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코치진 없이도 최고의 성과를 거둔 셈인데, 왜 하필 페라라를 다시 불러들인 것일까.
페라라는 지난 4월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날디에게 제품의 위험성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해명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금지약물이 포함된 스프레이를 구매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인물을 다시 고용하는 게 과연 현명한 판단일까.

시너의 이번 결정은 여러 면에서 의문을 남긴다. 도핑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불씨를 되살릴 이유가 있었을까. 더욱이 성과 면에서도 페라라 없이 더 좋은 결과를 거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유대감일까, 아니면 다른 계산이 있는 것일까. 페라라가 시너의 약점이라도 쉬고 있는 것일까.
테니스계는 이미 시너의 도핑 사건을 둘러싼 '특혜'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일반 선수들은 19개월씩 출전정지를 당하는데 시너는 그랜드슬램을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다는 비교가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사건의 핵심 인물을 다시 고용한다는 것은 논란을 자초하는 일이다. 도핑 사건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굳이 딱지를 뜯을 이유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