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오타니(사진=MLB 중계화면)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오타니(사진=MLB 중계화면)

 

[스포츠춘추]

오타니 쇼헤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마운드를 떠나는 순간, LA 다저스는 물론 야구계 전체가 긴장했다. 7월 31일(한국시간) 열린 신시내티 레즈전 4회 초, 6구 연속 볼을 던진 뒤 트레이너와 함께 마운드를 떠나는 모습은 또다른 악몽을 연상시켰다. 이미 14명의 선수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간 다저스에게 7억 달러 계약의 슈퍼스타마저 빠진다면 치명타가 될 상황이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닌 '경련'으로 밝혀졌다. 하반신 경련으로 인한 조기교체였고, 심각한 부상이나 문제까진 아니었다. 다저스 구단은 물론 미국과 세계의 야구 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의 긴장감, 그리고 트위터(현 X) 등 소셜미디어를 뒤덮은 오타니 교체 소식은 그가 현재 야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오타니는 이날 시즌 7번째 선발 등판에서 투수 복귀 후 최장인 4이닝을 던질 예정이었다. 1회에는 엘리 델라 크루즈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내줬지만, 101마일(162.5km/h) 속구를 구사하며 4개 삼진을 잡아내는 등 3회까지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4회 들어 급격히 제구가 흔들렸다. 노엘비 마르테에게 선두 안타를 허용한 뒤, 타일러 스티븐슨 상대로 던진 싱커 2개가 연속 와일드피치가 되면서 마르테를 3루까지 보냈다. 이어 스펜서 스티어를 상대로도 볼카운트 2-0까지 몰리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로 향했다.

오타니는 트레이너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고개를 떨구며 마운드를 떠났다. 최종 성적은 3.1이닝 5피안타 2실점 4탈삼진 2볼넷. 총 투구수 51구를 던졌고 스트라이크는 32개였다. 후속 투수 앤서니 반다가 물려받은 주자를 홈으로 내주면서 경기는 2대 2 동점이 됐다.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하는 오타니(사진=MLB 중계화면)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하는 오타니(사진=MLB 중계화면)

다저스는 곧바로 "하반신 경련으로 인한 교체"라고 발표했다.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는 소식에 구단과 팬들은 우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오타니 역시 지명타자로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6회 타석에서 닉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삼진을 당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타자 오타니의 최종 성적은 5타수 무안타 1삼진이다.

그럼에도 완전히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오타니는 2023년 9월 우측 팔꿈치 수술 후 마이너리그 재활을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에서 바로 복귀하는 예외적 과정을 밟고 있다. 사실상 빅리그 경기가 재활 무대인 셈이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전 "날이 덥고 습해서 컨디션을 지켜봐야 한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일단 지금까지의 복귀 과정은 성공적이다. 투수로는 7경기 등판에서 평균자책 2.40을 기록 중이고, 타자로는 내셔널리그 홈런 1위인 38개를 터뜨리며 지난해 MVP다운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다음 등판에서도 4이닝 투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컨디션과 팀 상황에 따라 계획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날 다저스는 타선 침체 속에 2대 5로 패했다. 신시내티 선발 마르티네스(6이닝 2실점)를 비롯해 불펜 공략에 실패했다. 3.2이닝 동안 자책점 없이 3실점한 에밋 시한이 패전 투수로 기록됐다. 다저스는 63승 46패로 5연승을 달성한 2위 샌디에이고와 승차가 3경기 차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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