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스포츠춘추]
키움 새 외국인 투수 메르세데스가 KBO 무대 첫 등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안정된 제구에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남은 등판에 대한 희망을 안겼다.
키움은 지난달 말 로젠버그와 결별하고 메르세데스를 영입했다. 지난달 초까지 대만 무대에서 실전 등판했던 만큼 메르세데스의 첫 등판일은 9일로 바로 잡혔다.

키움 설종진 감독대행은 9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메르세데스가 첫 선발등판하는데 5~6이닝을 던지며 2~3점 이내로만 막아주면 좋겠다. 투구수는 90개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 감독대행의 바람대로 메르세데스는 이날 5.1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 4사구 2개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1회 1사에서 이유찬에 첫 안타를 허용한 메르세데스는 케이브를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2회에는 탈삼진 2개를 섞어 가볍게 막았다. 3회에는 1사 2루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정수빈을 포수 땅볼, 이유찬을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4회 1사 2루에서도 박준순과 오명진을 각각 유격수 땅볼, 파울플라이로 잡고 불을 껐다.
메르세데스는 모처럼의 등판 탓인지 5회부터 제구가 흔들렸다. 구위도 다소 떨어졌다. 5회 박계범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강승호에 안타를 허용했다. 추재현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가 된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는 이유찬을 또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놓였다. 이후 케이브의 내야 안타 때 송구실책까지 범하며 2점을 내주고 말았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메르세데스는 1사 후 오명진과 박계범에 연속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구원등판한 박윤성이 추가실점을 막았고, 메르세데스의 자책점은 2점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이날 메르세데스는 포심패스트볼을 47개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6km를 찍었지만, 평균 구속은 142km를 기록했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제구가 됐다. 가운데 몰리는 공이 적었다. 특히 구속 125~134km의 슬라이더 각이 날카로웠다. 좌타자 상대로 밖으로 흘러나가거나, 살짝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구사해 효과를 봤다. 5회에는 커브(18개)를 7개 섞으며 볼배합에 변화를 줬지만 실점을 막진 못했다.

메르세데스는 한달 여만의 실전등판, 한국에서의 첫 등판에서 나름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중반 이후 구위가 다소 떨어지는 듯 했지만, 오랜만의 등판이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처음 접한 ABS존에 흔들리지 않은 제구나 수준급 슬라이더 등은 장점으로 다가왔다. 고척 현장에선 “A클래스가 될지, S클래스가 될지, 마이바흐가 될지 궁금하다. 얼마나 잘 던질지 지켜보자”라며 메르세데스와 비슷한 이름의 자동차 브랜드에 빗대어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날 피칭만 놓고 보면 최고급 클래스의 투수가 될 가능성은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