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스포츠춘추]
“셰도우도 해보고, 경기 전 미리 마운드도 밟아 봤어요.”
생각이 많았다.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했다. 약관의 나이지만 팀에서 가장 중요한 보직을 맡은 만큼 부담도 컸다. 빨리 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갖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열흘 만에 ‘극적’인 25세이브를 따냈다. 한화 이글스 투수 김서현(21)의 얘기다.
김서현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2실점만을 허용하며 시즌 25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쉽게 잡으며 오랜만에 ‘불꽃 마무리’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사 후 박해민, 신민재, 문성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 5-4까지 쫓겼다. 다행히 LG 중심타자 오스틴 딘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는 “오늘 서현이의 공은 좋았다. 단지 LG 타자들이 잘 친 것”이라며 투구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가 끝난 뒤 스포츠춘추와 만난 김서현은 최근 스스로를 많이 돌아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5일 KT전에서 (선발투수) 문동주 형이 잘 던졌는데, 나 때문에 졌다. 그 다음날(6일 KT전)도 내가 부진해서 팀이 아슬아슬하게 이겼다”며 자책했다.
김서현은 지난 5일 2-1로 앞선 8회초 1사 1,3루에서 구원등판했지만 0.1이닝 2실점으로 패배를 막지 못했다. 다음 날 6일에도 5-1로 앞선 8회초 2사 이후 마운드에 올랐으나 0.2이닝 3실점으로 순식간에 5-4까지 따라잡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루를 쉬고 등판한 8일 LG전에서는 10회 연장 접전 끝에 0.2이닝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8월 들어 등판한 3경기에서 총 6실점을 기록하며 ERA는 32.4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또 하루를 쉬고 등판한 10일 경기에서, 마지막에 다소 흔들렸지만 끝내 승리를 지켜내며 값진 시즌 25번째 세이브를 완성했다.
김서현은 “LG와 주말 3연전 첫 경기(8일)도 11회까지 끌고 갔어야 했는데, 안타를 많이 맞으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팀의 패배를 연속으로 만들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보다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김서현은 “두 경기 연속 흔들리자 생각을 빨리 바꾸고 마음가짐을 다잡기로 했다. 하루빨리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서현이 선택한 방법은 ‘셰도우 피칭’이었다. 공 대신 수건을 들고 하는 훈련으로, 밸런스를 교정하고 손끝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투수 훈련법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는 김서현은 "그래서 셰도우 피칭도 해보고, 경기 전에 미리 잠실 마운드도 밟아봤다. 최대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고 돌아봤다.
마무리 투수라는 보직에 대한 책임감도 남다르다. 김서현은 “팀의 마지막 이닝을 지켜야 하는 위치다. 그래서 내가 빨리 좋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러 시도를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말을 마친 김서현은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 3연전을 위해 대전으로 향했다.
양승관 한화 수석코치는 “그동안 서현이가 마음고생이 많았다. 김경문 감독님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옆에서 잘 다독여왔다. 오늘 세이브를 올렸으니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잘 던질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마음고생 끝에 얻은 값진 세이브. 김서현은 이제 ‘한화의 불꽃 마무리'로 다시 우뚝 설 준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