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토트넘이 맨체스터 시티의 브라질 출신 윙어 사비뉴에게 급작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손흥민이 떠나고 제임스 매디슨까지 장기 부상을 당하면서 공격진 재편이 시급해진 탓이다. 하지만 맨시티는 단칼에 거절했다.
11일(한국시간) BBC와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토트넘은 최근 맨시티에 사비뉴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제시한 금액은 5000만 유로(약 797억원) 수준. 적지 않은 돈이지만 맨시티가 생각하는 가격표와는 거리가 멀었다.
맨시티는 "사비뉴를 팔 생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5000만 파운드보다 훨씬 큰 금액이 아니라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맨시티로서는 이 건을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못 박았다.
그런데도 토트넘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토트넘의 추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비뉴 본인도 이적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떠나고 싶어하는 선수를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는 점도 토트넘에게는 희망 사항이다.

토트넘의 사비뉴 영입 시도는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 손흥민은 떠났지만 여전히 윙어는 넘쳐난다. 마티스 텔, 윌슨 오도베르, 브레넌 존슨, 모하메드 쿠두스까지. 무릎 수술에서 회복 중인 데얀 쿨루셰브스키도 측면에서 뛸 수 있다. 선수만 놓고 보면 사비뉴가 들어갈 자리는 많지 않다.
하지만 토트넘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매디슨이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대부분을 결장하게 되면서 창조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사라졌다. 토트넘이 생각하는 그림은 이런 것으로 보인다. 사비뉴를 우측에 배치하고 쿠두스를 가운데로 올려 매디슨의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구상.
쿠두스는 가나 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경험이 있다. 사비뉴가 우측에서 일대일 돌파를 통해 수비를 끌어당기면, 그 사이에서 쿠두스가 공간을 찾는다는 계산이다.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문제는 사비뉴의 실력이다. 지난 시즌 맨시티에서 48경기 3골. 리그에서는 29경기 1골로 더욱 아쉬웠다. 토트넘이 원하는 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선수인데, 사비뉴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물론 반론도 가능하다. 2023-24시즌 지로나 임대 시절 사비뉴는 39경기 11골 10어시스트로 팀의 챔피언스리그 첫 진출을 이끌었다. 맨시티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기회가 제한됐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왼발잡이인 사비뉴는 주로 좌측에서 뛰지만 양쪽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안쪽으로 파고들어 슈팅이나 패스로 마무리하는 능력도 괜찮다. 토트넘 수뇌부가 선호하는 스타일과도 맞아떨어진다.

다만 즉시 전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또 다른 유망주를 영입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토트넘의 진짜 의도가 다른 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비뉴 영입을 통해 다른 팀들에게 신호를 보내거나, 아니면 정말로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한 미끼일 가능성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토트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잠재력과 즉시 전력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맨시티가 요구하는 가격을 맞춰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5000만 파운드보다 훨씬 큰 금액이라면 최소 7000만 파운드는 각오해야 할 텐데, 과연 사비뉴가 그만한 값어치를 할까? 토트넘의 이번 행보가 영리한 전략인지, 아니면 급한 마음에 내린 성급한 판단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