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영국 이적료 역대 최고액의 주인공 잭 그릴리시가 결국 맨체스터 시티를 떠난다. 에버튼이 그릴리시와 시즌 임대 계약에 합의했다고 12일(한국시간) 디 애슬레틱과 영국 BBC가 보도했다.
양 구단은 그릴리시의 임대 이적에 대해 최종 합의에 이르렀으며, 오늘 메디컬 테스트가 예정돼 있다. 임대료와 함께 5000만 파운드(약 922억원) 수준의 영구 이적 옵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아스톤 빌라에서 1억 파운드(약 1843억원)라는 당시 영국 선수 역대 최고 이적료로 시티에 합류한 그릴리시지만, 최근 2시즌 동안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신뢰를 잃으며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시즌 그릴리시는 모든 대회를 통틀어 겨우 16경기만 선발 출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단 7경기 선발에 그쳤다. 시즌 마지막 경기인 풀럼전에서는 스쿼드에서도 제외됐고, 올 여름 클럽 월드컵 미국 원정에서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릴리시의 몰락은 2022-23시즌 트레블 달성의 핵심 멤버였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극적이다. 당시 그는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7경기를 모두 선발 출전하며 맨시티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시즌 50경기에 출전해 5골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 이후 추락이 시작됐다. 2023-24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어진 그릴리시는 시즌 전체에서 골과 어시스트를 합쳐 6개에 그쳤고, 오히려 골이나 어시스트보다 경고를 더 많이(7장) 받았다. 지난 시즌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출전 시간이 팀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해 1월 "트레블을 이뤘던 그때의 잭을 원한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릴리시로서는 챔피언스리그 출전 팀을 선호했지만 뉴캐슬이나 토트넘 등에서 구체적인 제안이 오지 않았다. 결국 유럽 대회 진출권이 없는 에버튼을 선택하게 됐지만, 새로 지은 힐 디킨슨 스타디움에서 다시 주인공이 될 기회를 잡았다.
에버튼은 지난 시즌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부임 후 13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안정을 찾았다. 올 여름 티에르노 베리, 마크 트래버스, 아담 아즈누, 키어넌 듀스버리홀 등을 영입한 데 이어 그릴리시까지 확보하면서 새 시즌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주급 30만 파운드(약 5억5000만원)를 받는 그릴리시의 임대료는 상당 부분을 에버튼이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총 패키지는 1000만 파운드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튼 담당 기자 패트릭 보일랜드는 "그릴리시는 화제의 영입이 될 것이고 대부분의 에버튼 팬들을 들뜨게 할 것"이라면서도 "상당한 비용이 드는 사이닝으로 위험 요소가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릴리시에게는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라는 목표도 있다. 지난해 유로 2024에서 제외됐던 아픈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는 그로서는 에버튼에서의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9세 그릴리시가 과연 아스톤 빌라 시절의 그 화려한 개인기와 창조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시티에서의 침체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