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에이스 잭 휠러가 오른팔 혈전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 남은 시즌 출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술 자체는 성공했지만 복귀 시기는 오리무중이다.
필리스는 19일(한국시간) 휠러가 오른팔 상부 혈전을 제거하는 혈전용해술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휠러의 치료 과정과 복귀 가능성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35세 휠러는 지난 16일 워싱턴 내셔널스전 선발 등판 후 어깨 부근에서 '무거움'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17일 오전 정밀 검사 결과 혈전이 발견됐고, 구단은 즉시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휠러는 다음날 필라델피아로 돌아와 추가 검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19일 오전 토머스 제퍼슨 대학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게 됐다.
휠러는 2주 전에도 어깨 뭉침으로 등판이 연기된 바 있지만, 구단은 당시 증상과 이번 혈전은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휠러는 마지막 등판에서 최고 97마일(156km) 패스트볼을 던지며 5이닝을 버텨낸 바 있다. 혈전은 오버헤드 투구 동작을 하는 선수들에게 알려진 위험 요소로, 목 근처 혈관이나 신경이 압박되면서 형성되는 흉곽출구증후군의 범주에 속한다.
구단 관계자들은 현지 매체에 "2025년 시즌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휠러의 상태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전까지는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치료법은 원인에 따라 다양하지만, 수개월간의 혈액 희석제 치료나 재발 방지를 위한 늑골 절제술까지 고려될 수 있어 복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휠러는 불펜 야구 시대에 남은 마지막 진정한 에이스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24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 5패 평균자책 2.71에 탈삼진 195개를 기록 중인 휠러는 지난 4시즌 중 3시즌에서 192이닝 이상을 소화한 내구성의 상징이었다. 2020년 필리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아온 휠러의 부재는 필리스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휠러의 부재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좌완 크리스토퍼 산체스에게 더 큰 부담이 지워지게 됐다. 필리스는 애초 계획했던 6선발 로테이션을 포기하고 5선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조안 듀란을 영입해 재편된 불펜이 더 큰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톰슨 감독은 "5일마다 휠러에게 의존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우리 전체 로테이션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투수진과 팀에 대해 묻고 있지만, 지금 내 생각은 오직 휠러에게만 있다. 이건 햄스트링이나 종아리 부상과는 다르다. 이건 실제 생명과 관련된 문제다"라고 말했다.
동료들과 팬들도 휠러를 격려하고 있다. 마운드 위의 성과를 떠나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베테랑인 휠러의 건강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분위기다. 휠러의 형 제이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필리스 팬들과 야구 팬들이 보여준 지지에 감사하다"며 "너무 많은 메시지가 쏟아져서 모두 답할 수는 없지만, 모든 메시지가 지지적이고 긍정적이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혈전과 잠재적 위험이 모두 제거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년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에 무너진 아쉬움을 딛고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필리스에게 에이스의 장기 공백은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규시즌 6주를 남겨둔 상황에서 나머지 선수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낼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