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한 로블레스(사진=MLB.com)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한 로블레스(사진=MLB.com)

 

[스포츠춘추]

몸에 맞는 볼에 폭발해 투수에게 배트를 집어 던진 시애틀 매리너스 외야수 빅터 로블레스가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상황을 들여다보면 화가 날 만한 이유는 있었지만, 그래도 배트를 던지는 행동은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는 20일(한국시간) 로블레스의 10경기 징계를 발표했다. 사건은 지난 1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트리플A 재활경기에서 발생했다. 타코마 레이니어스 소속으로 출전한 로블레스는 3회 첫 타석에서 라스베이거스 에이비에이터스의 조이 에스테스 투수가 던진 89.9마일(144.7km/h) 속구가 어깨 쪽으로 들어오자 이를 피하며 파울로 처리했다.

순간 이성의 끈을 놓인 로블레스는 떨어뜨렸던 배트를 집어들어 에스테스를 향해 던졌다. 조 매카시 주심은 즉시 퇴장을 선언했다. 로블레스는 마운드 쪽으로 다가가며 항의했지만 심판과 선수들이 말려 큰 충돌은 피했다.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로블레스는 해바라기 씨 통을 필드에 던지는 등 좀처럼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로블레스의 격한 반응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타코마에서 뛴 재활경기 4경기 동안 3차례 몸에 볼을 맞았고, 이날까지 포함하면 15타석에서 5번이나 몸에 맞았다. 특히 에스테스와는 악연이 있었다. 지난해 9월 5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도 에스테스의 공에 맞은 바 있으며, 2024년 이후 애슬레틱스 산하팀 투수들에게 총 4차례 몸 맞는 볼이 있었다.

로블레스는 지난 4월 6일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타구를 잡다가 어깨를 탈구해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재활 과정에서 연속으로 몸에 볼을 맞으면서 스트레스가 누적됐을 것으로 보인다.

로블레스는 사건 직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공개 사과했다. 그는 "최근 필드에서 보인 행동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감정에 휘둘려 경기는 물론 우리 모두가 지키려 애쓰는 존중의 분위기를 해쳤다"고 밝혔다.

개인적 어려움도 솔직히 털어놨다. "오랜 재활로 시즌 대부분 경기를 떠나 있던 것이 몸과 마음 모두 힘들었다"며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웠고, 어떻게든 버텨보려 애썼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변명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15타석에서 5번이나 맞으니 스트레스가 쌓였고, 부끄러운 방식으로 터뜨렸다"며 "팀 동료들과 상대 선수들, 리그 모든 분들을 존중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로블레스는 지난해 6월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방출된 후 시애틀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77경기 출전해 타율 0.328, 출루율 0.393, 장타율 0.467을 기록했고 4홈런과 30도루를 작성했다. 시애틀은 지난해 8월 로블레스와 2027년까지 900만 달러(126억원) 클럽 옵션이 포함된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징계는 로블레스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복귀하는 첫날부터 적용된다. 로블레스 측은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어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징계 집행은 보류된다. MLB는 로블레스에게 출전정지와 함께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벌금도 부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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