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일본 야구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두 선수가 있다. 선천적 장애에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온 이들이다. 한 명은 타이완(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U15 아시아 야구 챔피언십에 출전 중인 다부치가와 마사토모(15)이고, 다른 한 명은 올해 고시엔에서 감동의 활약을 펼친 하루토 요코야마(18)다.
히로시마 동쪽 히가시히로시마 포니 소속인 다부치가와는 태어날 때부터 왼손목 끝이 없다. 하지만 당당하게 일본 U15 대표팀에 선발됐고, 아시아 유소년 야구 최고 무대에 섰다. 그는 타이완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본 국기를 달고 플레이하는 만큼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부치가와의 투구 방식은 1990년대 뉴욕 양키스 등에서 활약하며 '조막손 투수'로 이름을 날린 짐 애보트와 흡사하다. 애보트 역시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에 장애가 있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87승을 올렸고 퍼펙트 게임 대기록까지 달성한 레전드다.

오른손 투수인 다부치가와는 투구 후 즉시 글러브를 오른손에 끼워 수비에 나선다. 글러브에는 특별한 끈이 달려 있어 투구 시 손목을 고정시키고 확실하게 공을 잡을 수 있도록 개조했다. 그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투구할 때는 다른 투수들처럼 왼손 글러브를 끌어안을 수 있도록 밴드를 감고 있다"며 "투구 후에는 글러브를 바꿔 끼고, 포구 후에는 겨드랑이에 끼워 공을 꺼낸다"고 설명했다.
이 일련의 동작은 3년간의 특훈을 통해 완성됐다. "이 동작이 늦어지면 야수들의 템포도 무너지기 때문에 이 연습만 계속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글러브 교체도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반복 연습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타격에서도 독창적 기법을 개발했다. 왼손잡이 타자인 다부치가와는 "사실 왼손에는 약간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에 배트 그립이 딱 맞는다"며 "배트에 맞는 순간 그 부분으로 밀어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왼손은 받치기만 하고 오른손만으로 치는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마운드에서는 최고 130km/h에 근접하는 속구를 던지고, 타석에서는 독특한 기법으로 장타를 날리는 투타 겸업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히로시마 도요 카프 주니어에 선발되기도 했던 그는 "이 3년간 U15 사무라이 재팬에 들어가기 위해 연습해왔다"며 "개인 성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팀의 승리를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며 플레이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부치가와만이 아니다. 올해 고시엔에서는 기후현립상업고등학교의 하루토 요코야마가 비슷한 감동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태어날 때부터 왼손 손가락이 없는 요코야마는 첫 경기에서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에 16년 만의 여름 고시엔 승리를 선사했다.
요코야마도 다부치가와와 마찬가지로 독창적인 타격 기법을 구사한다. 왼손으로는 가볍게 받치기만 하고 오른손으로 강하게 배트를 휘둘러낸다. 그 결과 팀내 최고인 5할대 타율을 기록할 정도의 강타자로 성장했다.
그는 "첫 타석에서는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스윙을 못했다"고 했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 체인지업을 깔끔하게 잡아내며 우익선상 적시타를 터뜨렸다. 5회 동점타를 포함한 멀티히트 활약이었다. "내 타격이 나왔다. 적시타를 치고 벤치로 돌아오니까 모두들 '잘했다'고 좋아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비에서도 오른손 글러브로 포구한 뒤 즉시 글러브를 왼가슴에 안고 오른손으로 송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 언론은 "왼손에 손가락이 없다는 것을 잊게 만드는 타구와 수비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요코야마는 "2회전에서도 팀에 기세를 불어넣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다음 경기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두 선수 모두 태어날 때부터 가진 신체적 조건을 결코 핸디캡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켜 각자의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다부치가와는 타이완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 요코야마는 고시엔의 큰 무대에서 각각 자신들의 꿈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다부치가와는 3년간의 특훈으로 U15 대표팀까지 올라섰고, 요코야마는 끊임없는 연습으로 고시엔 무대에서 팀의 영웅이 됐다. 일본 언론들은 "인내하며 노력을 쌓아온 선수들에게 야구의 신이 미소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애를 딛고 선 이들의 도전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