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볼파크 장애인석(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한화생명 볼파크 장애인석(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

한화 이글스의 장애인석 특별석 전환 판매 논란에 정치권과 장애인단체에 이어 야구팬 모임까지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KBO 팬 모임 '크보팬인권윤리감시단'은 18일 성명을 내고 한화 이글스의 공식 사과와 사실관계 전면 공개를 요구했다. 감시단은 동시에 KBO에 "리그 차원의 보편적 접근성과 포용성을 강화할 정책·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이 모임은 올해 5월 KBO와 SPC의 '크보빵' 협업 반대 운동을 벌인 '크보빵에반대하는크보팬'이 확대 개편된 조직이다. 당시 SPC 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 관련 불매 서명운동을 주도해 산재 기업과의 콜라보 중단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한화생명 볼파크 장애인석(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한화생명 볼파크 장애인석(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논란의 발단은 한화 이글스가 신구장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장애인석 180석을 특별석으로 전환해 판매한 데서 시작했다. 한화는 올 시즌 새 구장 개장 이후 장애인 및 보호자 전용석을 커플석과 가족석으로 임의 전환해 저렴한 장애인 관람가격(8000원)과 프리미엄 티켓 가격의 차액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화생명볼파크는 개장 초기부터 통로와의 미분리, 동행인 보조석 부재, 휠체어 높이 미반영 등 장애인 접근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 부분은 한화만이 아닌 건설사와 대전시의 공동 책임이지만, 장애인석의 일반석 전환 판매는 구단에 귀책 사유가 있다.

대전시는 4월 점검에서 장애인석이 일반석으로 전환된 사실을 확인하고 5월과 7월 공문으로 원상복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화는 특별석을 장애인석 뒤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원상복구에 나섰다.

하지만 특별석을 뒤로 물리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특별석에 앉았을 때 타석의 선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제한된 것이다. 그러나 한화가 예매한 팬들에게 따로 사전 안내나 환불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장당 최대 5만원 짜리 좌석을 구매한 팬들의 피해로 돌아갔다. 

이와 관련해 감시단은 "수개월에 걸친 장애인석 전환 판매가 팬들의 신뢰와 구단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KBO의 '클린베이스볼 가이드라인'에서 밝힌 "차별은 용납될 수 없다"는 원칙을 언급하며 "이 원칙은 선수만이 아니라 구단과 리그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생명 볼파크 관중석에서 바라본 그라운드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한화생명 볼파크 관중석에서 바라본 그라운드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한화는 올 시즌 65승 3무 44패로 LG 트윈스와 함께 리그 선두권을 유지하며 1999년 이후 26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팀 성적과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신구장 관련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한편 한화는 새로운 홈경기부터는 해당 좌석을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주 주중 3연전 기간 만난 한화 관계자는 "이 문제는 구단에서 실수한 부분이 맞다"며 "문제점을 개선해서 같은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장애인단체나 시의원이 고발을 예고하고 있어 문제가 원만하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황경아 대전시의회 부의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장애인 좌석을 특별석이라 속여 판매한 것은 관람객과 장애인 모두를 기망한 것이다. 형사 고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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