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7연승의 젊은 주역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두산 베어스 7연승의 젊은 주역들(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베테랑 선수들도 건강한 경쟁에 참여해서, 기회를 쟁취했으면 한다.” 

부진 끝에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고액 연봉 베테랑 선수들의 1군 콜업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7연승을 질주하며 5강 경쟁 다크호스로 떠오른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대행이 선수들을 향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두산은 2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6대 3으로 승리하며 7연승을 달렸다. 8월 들어 17경기 11승 6패로 단독 선두 LG(12승 1무 3패) 다음으로 높은 월간 승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두산이다. 시즌 52승 5무 59패 승률 0.468로 여전히 9위지만, 8위 삼성과 어느새 1.5게임차로 좁혔다. 5위 KT와도 3게임차. 불가능해 보였던 가을야구가 어느새 가시권에 들어왔다.

조성환 감독대행이 부임 후 줄곧 강조한 두산의 전통, 허슬이 살아났다. 박준순, 오명진, 김민석, 안재석 등 젊은 야수들이 활약하고, 최민석 등 신예 투수들이 호투하며 팀에 건강한 경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시즌 초반 사라졌던 활력이 더그아웃에 가득하다. 베테랑 포수 양의지와 중견수 정수빈도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플레이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22일 잠실에서 열리는 KT 위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조성환 대행은 “팀이 좋은 과정을 밟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정들이 하나씩 모여서 경기 후반에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아주 좋은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조성환 대행은 선수들에게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성환 대행은 “연습 때 대충 하고 경기 때 잘 칠 생각하면 그건 모순이고 앞뒤가 안 맞는 거다. 연습 때부터 잘 쳐야 되고, 수비 연습할 때도 소홀히 하지 말고 실수를 줄여야 된다”며 “연습 때 완벽하게 만들어 놓고, 실전에서 잘하자고 선수들한테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습 때 집중한 결과를 어떻게 실전으로 연결할 지, 연습 때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경기 때 빛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며 “그런 모습들이 뭐 하나하나 좀 뭉쳐져서 또 팀 승리로 연결되고 있다. 선수들에게 고마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선수들의 동반 활약에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베테랑 김재환과 양석환의 얼굴이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4년 총액 115억 FA 김재환은 발가락 미세골절로 지난 8월 6일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4+2년 최대 78억 FA 양석환도 거듭된 부진 끝에 6일 퓨처스행 통보를 받았다. 두 선수는 이날 이천에서 열린 LG 트윈스 퓨처스팀과 경기에 나란히 출전해 각각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보통 김재환, 양석환 정도의 비중있는 선수들은 퓨처스에 내려간 뒤 1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다시 콜업되거나, 충분히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판단하면 바로 1군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성환 대행은 좀 더 까다로운 기준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대행은 “글쎄, 콜업을 당장 뭐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 “우리 베테랑 선수들도 이 건강한 경쟁에 참여를 해서 기회를 제가 준다기보다는 기회를 좀 쟁취를 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베테랑이나 기존 주전이라고 해서 1군 프리패스권을 주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조성환 대행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 허슬을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베테랑들도 예외가 아니다. 조성환 대행은 “내 느낌에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았다는 건, 프로로서 야구장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납득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서 선수 교체와 여러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 기조는 변함없이 가져갈 생각”이라고 콜업 조건에 관한 설명을 대신했다. 

젊은 신예들의 경쟁과 활약으로 어렵게 만든 상승 분위기다. 조 대행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저도 어떻게 보면 지금 선수덕을 보고 있는 셈”이라며 “선수들이 내가 말한 건강한 경쟁에 참여해 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조 대행은 “게임에 스타팅으로 나가지 않지만 뒤에서 본인의 역할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의 집중력도 많이 올라가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선수들에게 여러 가지 귀찮은 것들을 주문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것들이 팀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5위 팀과 3게임차까지 좁힌 상황에서 이제 한동안 지웠던 5강 꿈을 다시 꿔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조성환 대행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조성환 대행은 “계속 얘기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고, 지금 우리 팀이 5강을 가기 위한 행보를 달려오지도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어떻게 하면 두산다운 야구를 할까, 그리고 상대 팀에게 까다로운 팀이라는 느낌을 줄까를 생각하고 있다”며 “승리는 좋은 과정 이후에 얻어지는 결과다. 그 결과가 5강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5강이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내가 욕심을 내면 선수들도 지금 좋은 분위기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더 조심스럽다”고 강조한 조성환 대행은 “선수들의 분위기와 우리가 어떤 야구를 하는지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서 한 경기 한 경기 치러갈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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