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 여자야구 프로리그(WPBL)가 출범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무대에 한국 여자야구 선수 5명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아직 프로는 물론 실업 무대조차 없는 한국 여자야구 현실 속에서, 이들의 도전은 단순한 이적이나 진출을 넘어 '가능성의 증명'이자 '미래를 향한 선언'입니다. 스포츠춘추는 WPBL 트라이아웃에 나서는 다섯 명의 선수를 중심으로, 그들의 도전과 성장, 그리고 여자야구의 오늘과 내일을 조명하는 특별 연재를 이어갑니다.

[스포츠춘추]
한국 국가대표가 해냈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내야수 박주아(21), 포수 김현아(25), 투수 김라경(25)이 내년 미국에서 출범하는 2026 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Women's Pro Baseball League·WPBL) 1차 트라이아웃에 당당히 합격했다.
23일(한국시간) 열린 WPBL 트라이아웃에서 한국 선수 중 첫날 테스트에 나선 이들은 경쾌한 몸놀림과 탄탄한 기량을 선보이며 합격 메일을 받아냈다.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은 직후, 스포츠춘추와 통화에 응한 박주아는 환한 웃음으로 소감을 전했다. "분명 경쟁이지만 분위기는 마치 페스티벌 같았다. 다들 즐기면서 참여하더라. 덕분에 긴장을 내려놓고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트라이아웃에선 펑고와 기계 배팅볼을 활용한 라이브 배팅 테스트가 진행됐다. 이에 대해 박주아는 "앞 선수들이 기계볼에 적응하지 못해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하는 걸 보고, 나는 오히려 초구부터 힘을 빼고 가볍게 쳐야겠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내야수로 지원했지만 투수 불펜 피칭에도 자발적으로 나섰다. 그는 "포수로 공을 받아준 선수가 2023년 여자야구 월드컵 결승전에서 미국 주전 포수였던 드네 베니테즈였다. 그런데 베니테즈가 직접 와서 '오늘 받은 공 중 네 공이 제일 좋았다'고 말해주더라"며 감격을 드러냈다.
박주아는 이를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정말 꿈같았다. 아마 지금껏 야구를 하며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포수 김현아 역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내 장점을 충분히 보여준 것 같다. 다만 타격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여자 프로야구 리그라는 역사적 출범의 순간에 우리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고 멋지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장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큰 화제를 모았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선수들, 왜 이렇게 잘하냐"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이번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한국 선수는 총 5명. 내야수 장윤서가 테스트를 앞두고 있으며, 전 국가대표 투수 이지혜도 '깜짝' 참가자로 등장했다. 현재 미국에서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지혜는 WPBL 출범 소식을 듣고 과감히 도전을 결심했다. 두 선수는 오는 24일 1차 트라이아웃에 나선다. 이날 합격장을 거머쥔 박주아·김현아·김라경은 25일 열리는 2차 트라이아웃에 출전한다. 김현아는 "더 잘 준비해 꼭 최종까지 살아남겠다"며 강한 각오를 다졌다.
WPBL 트라이아웃에는 전세계에서 총 600명이 넘는 여자야구 선수가 지원했고, 현장에는 200여명 가량이 온 것으로 파악됐다. WPBL은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운영됐던 전미프로여자야구리그(AAGPBL) 이후 무려 70년 만에 미국에서 탄생하는 여자 프로야구 리그다. AAGPBL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남자 선수들이 전장에 나간 사이 한시적으로 운영된 대체 리그였다면, WPBL은 오롯이 여성 선수들을 위한 '정식 프로 무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