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문이 2025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몸을 만드는 모습. (사진=키움 히어로즈)

[스포츠춘추]

‘FA 로이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선수들이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활약을 극대화했다가, 정작 계약 후 부진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송성문(29)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FA도 아닌 상황에서 다년계약을 체결한 뒤, 오히려 기량을 한층 끌어올리며 팀의 기대를 넘어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일 키움과 6년 120억 원의 다년계약을 체결한 송성문은 계약 이후 현재(28일 기준)까지 치른 21경기에서 타율 0.432(88타수 38안타), 8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액수가 아깝지 않은 선수’임을 증명하고 있다.

송성문의 비약적인 성장세는 통계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키움 구단이 스포츠춘추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타구 속도는 2023시즌 시속 139.4km에서 2024시즌 147.7km로 상승했고, 올 시즌에는 148.5km까지 끌어올렸다. 강한 타구를 의미하는 하드히트 비율 역시 2023시즌 대비 2024시즌 무려 46.56% 증가하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뒤, 올 시즌 더 끌어올렸다. 특히 장타 가능성을 높이는 ‘배럴 타구’ 비율은 2023시즌에 비해 지난해 무려 163.59% 증가, 약 2.6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뤄냈는데, 올 시즌 이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기량과 신체 조건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 확실한 발전이다. 양상봉 키움 1군 트레이너 팀장과 이철진 전력분석팀장은 송성문이 지난해부터 보인 눈에 띄는 성장에 대해 “(커리어하이를 찍었던)2024시즌을 앞두고 근육량이 크게 늘면서 배트 스피드가 빨라졌다. 원래 타격 기술이 좋은 선수였는데, 체지방률이 7%포인트 줄며 폭발적인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시즌에도 송성문은 겨우내 착실히 준비한 결과를 경기력으로 이어가고 있다. 체지방률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체중을 2kg 늘려 더 단단한 몸으로 시즌을 맞이했다.

키움 송성문이 28일 한화전에서 폰세 상대로 밀어친 홈런을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 송성문이 28일 한화전에서 폰세 상대로 밀어친 홈런을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지난 28일 고척에서 열린 한화전에서는 리그 최강 투수 중 한 명인 코디 폰세를 상대로 밀어쳐 홈런을 터뜨리며, 11개 메이저리그(MLB) 구단 스카우트들 앞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LA 다저스를 비롯한 빅마켓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그의 플레이를 직접 확인한 날이었다.

화려한 활약만큼이나 계약 과정에도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있었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식 열흘 전쯤인 대구 삼성전에서 이미 합의가 이뤄졌고, 그 즉시 계약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극비리에 계약식을 진행했는데 키움 구단은 호텔 측에도 ‘프런트 회의’라고만 사용 목적을 알리고, 가장 깊숙한 공간을 빌려 조용히 계약을 마무리했다.

FA 계약 이후 흔히 볼 수 있는 부진의 그림자가 아니라, 오히려 다년계약 후 더욱 발전한 송성문의 성장은 단순히 ‘돈값’을 하는 것을 넘어, 꾸준한 노력과 자기관리로 만들어낸 결과다. 비FA 다년계약의 '성공 사례’인 송성문은 앞으로 더 큰 무대를 바라볼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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