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키움 히어로즈는 올해도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키움은 지난 27일 한화에 패하며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2023시즌부터 리그 최하위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너진 시즌 속에서도 내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발견’은 분명 있었다. 타자 박주홍(24)과 투수 오석주(27)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주홍의 반등은 끈질긴 자기 확신에서 비롯됐다. 공조차 맞히지 못하던 시절이 길게 이어졌지만 그는 타격폼을 근본부터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레그킥 대신 토탭을 도입해 중심축을 안정시키고 스윙을 간결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변화를 참고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올 시즌 초반 타율은 2할에도 못 미했고, 5월과 6월에는 1군에서 전혀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훈련장에서 버티고 또 버티며 콘택트율을 끌어올렸고, 8월 들어 마침내 성과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타율 0.310(71타수 22안타)로 리드오프 자리를 꿰찼고, 무엇보다 스윙 대비 콘택트율이 2023년 54.9%에서 올 시즌 74.5%로 단숨에 35.7% 상승했다.
김태완 키움 타격코치는 “가장 안 됐던 부분을 붙잡고 끝까지 훈련했다. 이제야 자기만의 타격을 정립했다”고 평가했다. 안타 하나도 힘들던 선수가, 이제는 팀 타선을 이끄는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투수 오석주의 반등은 리듬에서 출발했다. 202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키움으로 이적한 그는 올 시즌 초반 17경기 평균자책점 11.12로 무너졌다. 그러나 투구 동작의 리듬을 매끄럽게 다듬은 뒤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10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후반기 최고의 ‘깜짝 카드’로 떠올랐다.
평균 구속은 138km에서 140km대로 올라왔고, 볼넷 비율도 크게 줄었다. 이승호 키움 투수코치는 “예전엔 딱딱 끊기던 투구가 이제는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구속이 오르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뎁스 보강 자원이 아니라, 내년 시즌 선발·불펜 어디든 기용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전력으로 성장한 것이다.
세 시즌 연속 탈락이라는 냉혹한 현실은 분명 뼈아프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박주홍과 오석주의 성장은 팀을 다시 세울 토대가 되고 있다. ‘절망 속에서도 길을 찾는다’는 말처럼, 키움의 20올 시즌은 실패로 끝나지만, 두 선수의 발견은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은 희망의 불씨다. 히어로즈의 가을은 일찍 끝났지만, 그들이 준비하는 봄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