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안드레 오나나가 튀르키예로 떠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23년 여름 5100만 유로(약 828억원)에 영입한 스타 골키퍼를 2년 만에 트라브존스포르로 임대를 보내기로 했다. 골키퍼 기량이 문제였을까? 그럴지도 모르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맨유는 오나나를 영입하며 '현대 축구의 골키퍼'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다비드 데 헤아의 반사신경에 기댄 선방쇼에 작별을 고하고, 발기술과 빌드업으로 팀 전술의 출발점이 될 골키퍼를 원했다. 에릭 텐 하흐가 그린 청사진은 분명했다. 오나나는 단순한 골키퍼가 아니라 장갑을 낀 플레이메이커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청사진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오나나는 전형적인 시스템 골키퍼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분석에 따르면, 오나나는 "구조가 명확하고 요구사항이 일관되며 패턴이 예측 가능한 팀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전문가"다. 아약스 시절엔 텐 하흐의 로테이션 속에서 안전망을 제공받으며 과감한 플레이를 펼쳤다. 인터에서도 시모네 인자기의 체계적인 3백 시스템 안에서 빛났다.
하지만 맨유에서는 그런 안정성을 찾을 수 없었다. 부상으로 계속 바뀌는 수비라인, 경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중원, 일관성 없는 전진 압박. 디 애슬레틱은 "오나나는 혼란을 흡수할 수 있는 골키퍼가 아니다. 그의 경기는 항상 리듬과 확신에 의존해왔다"고 분석했다.
올 여름 루벤 아모림이 새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오나나는 프리시즌 첫날부터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했다. 새 감독에게 줄 첫인상치고는 최악이었다. 거기에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로 인한 25% 연봉 삭감에 불만을 품고 새 계약을 요구한 것도 아모림의 심기를 건드렸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아모림은 시즌 초 3경기에서 알타이 바이은드르를 선발로 내세웠고, 아스널전에서는 오나나를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가 최고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오나나만의 독특한 기술적 특징도 발목을 잡았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서는 그의 자세는 아약스에서 철저히 분석해 개발한 것이다. 낮은 슛에 빠르게 반응하는 데 유리하다는 결론이었다. 실제로 잘 맞는 환경에서는 이 자세가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디 애슬레틱의 분석에 따르면, 오나나의 이 자세는 절대적인 확신을 전제로 한다. 모든 움직임이 정확해야 하고, 모든 판단이 신속해야 한다. 의심이 스며들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면 오히려 약점이 된다. 2주 전 그림스비 타운과의 리그컵에서 찰스 버넘의 평범한 슛을 놓친 장면이 대표적이다. 예전 같으면 일도 아닌 슛이었지만, 확신 없는 자세에서 망설이다 실점했다.
오나나는 여전히 좋은 골키퍼다. 문제는 그에게 맞는 팀과 시스템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는 팀에서 명확한 역할을 부여받으면 여전히 뛰어한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 안정성을 제공하는 타입은 아니다.
디 애슬레틱은 "이는 오나나의 기량보다는 환경에 관한 문제였다"며 "그는 구조화되고 조직적인 팀에서 장점이 빛나는 매우 좋은 골키퍼"라고 평가했다. 결국 문제는 오나나가 아니라 맨유라는 거대한 혼돈이었던 셈이다. 맨유는 다시 자신들의 현실에 맞는 골키퍼를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