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코칭스태프마저 그의 ‘젠지력’에 반했다. 2004년생 포수 김건희(21·키움 히어로즈)는 Z세대다운 자신감과 독창적인 리더십으로 마운드에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신만의 젠지력을 발산하고 있다.
‘젠지력’이란 Z세대(1995년생~2010년생)의 감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힘(力)을 의미하는 말이다. 김건희는 이러한 Z세대 특유의 소통 방식과 리더십으로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에서 보여준 투수 독려 장면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지난달 30일 잠실 LG전, 김건희는 마운드에 선 박윤성에게 “웃어! 웃으라고!”라고 강하게 외쳤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제스처까지 곁들였다. 팽팽한 경기 흐름 속에서 투수의 긴장을 풀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그의 독특한 리더십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그 전날인 29일에도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선발 정현우가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자 김건희는 “정신 차려, 이 XX야!”라고 호통을 쳤다. 강한 질책에 정신을 다잡은 정현우는 1실점만으로 위기를 넘기며 결국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마운드에 함께 있었던 이승호 키움 투수코치는 “건희가 동생 투수들에게는 ‘정신 차려’라고 하고, 형들에게는 ‘던지고 싶은 거 던져’라고 조언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상황과 대상에 맞춰 소통 방식을 조절하는 김건희의 유연한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이 코치는 김건희의 리드가 기존 포수들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내가 현역 시절에 봐왔던 포수들이나 지금 KBO의 베테랑 포수들이 하는 말과는 전혀 다르다. 모든 면에서 신선하다”고 평했다.
그 ‘신선함’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투수가 흔들릴 때일수록 김건희는 “무조건 붙어보자”며 강한 투지를 불어넣는다. 이 코치는 이를 두고 “공격성이 너무 좋다”고 표현하며, 김건희가 과거 투수로 뛰었던 경험이 포수로서의 감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마운드에 서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배 포수들의 리드를 지켜보며 배운 점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김건희의 리더십은 현장에서도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 이 코치는 “지금은 김건희가 상황에 맞게 알아서 잘하니까, 마운드에서는 그가 최대한 많이 말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며 “나는 주로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며 필요할 때만 피드백을 준다”고 설명했다.
김건희의 모습은 구단이 지향하는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키움 히어로즈는 ‘쫄지 않는 과감한 승부’를 중시하며, 도전적인 자세를 권장하고 있다. 김건희의 리더십은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2023년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한 김건희는 올해 91경기에 출장하며 자신의 최다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다(종전 83경기, 2024시즌 기준). 지난해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지만, 올 시즌에는 주전 포수로서 자리를 굳히며 팀의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베테랑 포수 김재현의 부상 공백을 '젠지력'으로 메운 김건희는 이제 키움의 확실한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