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선수가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하고 있다. 올시즌 15년 7억6500만 달러(1조720억원)라는 천문학적 계약으로 뉴욕 메츠에 입단한 후안 소토가 10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30번째 도루를 성공시키며 올 시즌 메이저리그 첫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8회말 5점 차로 뒤진 상황, 투아웃 후 3루 도루. 승패와는 큰 상관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소토에게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이미 38홈런을 터뜨린 소토는 이 도루로 마침내 30-30 클럽에 발을 들여놓았다. 메츠는 3대 9로 졌지만, 소토 개인에게는 프랜차이즈 역사에 이름을 올리는 의미 있는 밤이었다.
이번 기록으로 소토는 메츠 프랜차이즈 역사상 다섯 번째 30-30 클럽 멤버가 됐다. 대릴 스트로베리, 데이비드 라이트, 프란시스코 린도어, 하워드 존슨에 이은 기록이다. 존슨은 1987년, 1989년, 1991년 세 차례나 이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소토의 변신은 그야말로 극적이다. 올 시즌 전까지 소토의 통산 최고 도루 기록은 12개에 불과했다. 2019년과 2023년에 기록한 숫자다. 소토의 스프린트 속도는 메이저리그 하위 15%에 해당한다. 팀 동료인 포수 프란시스코 알바레즈, 3루수 마크 비엔토스보다도 느리다. 메츠 클럽하우스에서는 "네 발이 빠르다고 생각하냐"는 농담이 일상이다.

그런 소토가 어떻게 이런 변신을 이뤄낸 걸까. 답은 간단하다. 발이 아니라 눈과 머리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소토는 1루 코치 안토안 리처드슨과 매일 투수들의 영상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지기 전에 보이는 미세한 동작, 습관적인 움직임을 찾아냈다. 마치 탐정이 증거를 찾듯 몇 시간씩 영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루틴이 됐다. 남들이 몇 시간 걸려 찾을 만한 투수의 습관을 단 몇 분만에 찾아낼 정도로 관찰력이 뛰어나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리첟슨은 "피카소 그림처럼 도루도 예술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마이너리그에서 331도루를 기록한 대도 출신답게 리처드슨은 소토에게 속도가 아닌 기술을 가르쳤다. 리드, 스타트, 타이밍 등 도루에 필요한 모든 기법을 전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올 시즌 도루 실패 단 3차례, 성공률 89%를 기록하며 메츠 발야구의 핵심 엔진이 됐다. 특히 8월에는 한 달 새 15개 도루를 쓸어담았고, 9월 첫 주에는 3개를 추가했다. 이런 페이스라면 시즌 마감까지 40도루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40홈런-40도루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극소수만 달성한 기록이다. 메츠 역사에선 아무도 해내지 못했다. 1987년 스트로베리가 39홈런 36도루로 가장 근접했을 뿐이다. 하지만 소토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바로 출루율이다. 0.401로 리그 1위이고 8월 이후로는 0.457에 달한다. 베이스에 나갈 기회가 넘쳐난다는 뜻이다.
카를로스 멘도사 감독도 소토의 변신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멘도사 감독은 "아무도 소토가 루상에서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가 엘리트 타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완벽한 선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리처드슨 코치는 "아직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소토의 40도루 달성을 100% 확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