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스포츠춘추]
"엘지! 사랑한다 엘지~"
서인석(42) LG트윈스 1군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때 흘러나온 컬러링이다. 통화를 하기도 전에 '엘지 사랑'이 듬뿍 느껴졌다.
서 매니저는 2006년 LG에 전력분석원으로 입사해 2021년부터 1군 매니저로 보직 이동했다. 2019년부터 2년 간은 2군 매니저를 경험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원정경기에서 LG가 대역전승을 거둔 뒤 선수단은 서인석 매니저의 1군 통산 400승을 격하게 축하했다. 선수단이 매니저의 대기록을 챙긴건 이례적인 일. 한바탕 물세례를 받은 서 매니저는 환하게 웃으며 그 순간을 즐겼다.
11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서 매니저는 "고참인 주장 박해민을 비롯해 오지환, 김현수 등이 이 이벤트를 기획했다"며 미소지었다. 서 매니저는 "최근에 차명석 단장님 500승, 염경엽 감독님 600승을 저희 자체적으로 축하드렸을 때, 선수들이 '저희랑 가장 오래 붙어있는 매니저님 승리도 챙기자'고 했다더라"고 덧붙였다.
그날 받은 물세례는 인생에서 가장 뿌듯하고 행복했던 물세례였다고. 서 매니저는 "그저 정말 감동이고 감격스럽다는 말밖에 못하겠다"며 껄껄 웃었다.

벌써 LG에 입사한지 올해로 20년차다. 이미 은퇴한 선수들은 물론, 지금 LG의 중심인 오지환, 임찬규 등을 비롯해 주축으로 떠오른 신민재, 문보경, 문성주, 이정용 등을 신인 시절부터 지켜봐온 서 매니저다. 그는 전력분석원이었을 당시부터 선수들의 사소한 개인사, 가정사, 연애사 등을 들어주고, 부진하는 날엔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서 매니저는 선배이자 형, 그리고 아버지 같은 존재다. LG 관계자들도 "서 매니저가 정말 세심하게 선수단을 잘 챙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선수들이 친형처럼 잘 따라줘서 그저 고맙다"고 한 서인석 매니저에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다름아닌 2023년 통합 우승이다. 당시 LG는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서 매니저는 "2022년 포스트시즌에서 키움히어로즈에 업셋을 당한 뒤 그 다음해 우승을 이뤄내 더 감격적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어떤 점이 비슷할까. 서 매니저는 "그 당시엔 야수 쪽에서 김민성 서건창 등 베테랑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신민재 문보경 문성주 등 신진 선수들이 많이 치고 올라와 중심 타선에 선다. 투수 쪽에선 손주영과 송승기가 성장했다. 우리가 해낼 것이라는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 같으나 올해 젊은 선수들이 더 많이 포진했다"고 분석했다.
서 매니저는 선수들의 뒷바라지와 행정일을 하는 것을 넘어 선수단에 '트윈스 자부심'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프런트다. 서 매니저는 "선수들에게 '우리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은 특별하며, 잠실의 주인은 우리다.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는 최강 팀'이라는 얘기를 하며 파이팅을 불어넣는다"며 웃었다.
서 매니저에게 LG는 '안식처'라고. 그는 "20대 중반에 입사해 이곳에서 안 해본 것이 없다. 그 사이에 나도 결혼을 해 자식이 둘인 아버지가 됐고, 중년이 됐다. LG 트윈스는 내게 '안식처'"라고 했다.
올시즌 LG는 리그 1위를 달리며 한국시리즈 직행까지 매직넘버 11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6일엔 7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기도 했다. 서 매니저는 "선수단 내에서 우승을 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과 분위기는 너무나 확고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시즌 LG가 정상에 오르면 통산 네 번째 페넌트레이스 우승(1990, 1994, 2023, 2025)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엔 스포트라이트에서 조금 비껴나지만 누구보다 LG를 아끼고 사랑하며 헌신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서 매니저를 비롯한 수많은 LG 프런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