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소토의 홈런(사진=뉴욕 메츠 공식 SNS)
후안 소토의 홈런(사진=뉴욕 메츠 공식 SNS)

 

[스포츠춘추]

뉴욕 메츠의 '어메이징'한 몰락과 함께 이정후의 가을야구 기회가 활짝 열렸다. 메츠가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2대 3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8연패 늪에 빠진 사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로 올라섰다.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7.5경기차로 멀어져 있던 두 팀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메츠의 자멸이 샌프란시스코에게 기회를 안겨줬다. 시즌 마지막 한 달을 앞두고 메츠스러운 패배를 반복하며 팬들에게 절망만 안겨주는 사이, 8월 중순까지만 해도 가을야구 포기 직전이었던 샌프란시스코가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14일(한국시간)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경기는 메츠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7회까지는 2대 0으로 여유롭게 앞서갔지만, 8회와 9회 연속 실점으로 승리가 물거품이 됐다. 특히 올스타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를 8회부터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패배해 두 배의 데미지를 입었다.

메츠의 패배 과정은 너무도 메츠다웠다. 7회 올라온 브룩스 레일리가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8회 등판한 타일러 로저스가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급하게 마무리 디아즈를 올렸지만 2대 2 동점을 허용했고, 9회에는 2아웃 주자 2루에서 와이어트 랭포드에게 결승타를 허용했다. 메츠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2사 1, 3루 찬스를 잡았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 패배로 두 팀 간 승차는 완전히 사라졌다. 메츠는 76승 73패 승률 0.5101을 기록했고, 자이언츠는 75승 72패 승률 0.5102로 근소하게 앞서며 와일드카드 3위에 올라섰다. 8월 24일 기준 7.5경기차, 9월 첫날 기준 6경기차였던 격차를 마침내 뒤집기에 성공한 샌프란시스코의 끈질긴 추격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다.

패배 후 뻔한 변명을 늘어놓는 카를로스 멘도사 감독(사진=뉴욕 메츠 공식 SNS)
패배 후 뻔한 변명을 늘어놓는 카를로스 멘도사 감독(사진=뉴욕 메츠 공식 SNS)

메츠로서는 아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신인 투수 브랜든 스프로트가 메이저리그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 3탈삼진으로 호투했지만 승리는 날아갔다. 단 70구로 6이닝을 막아낸 22세 우완이 첫 승의 기회를 불펜진에게 넘겨줬지만, 결국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후안 소토의 역사적인 기록마저 무의미해졌다. 7회 우측 관중석 상단을 강타한 소토의 시즌 40호 홈런은 메츠에게 2대 0 리드를 안겨줬지만, 팀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소토는 이날 홈런으로 40홈런-30도루-100볼넷을 모두 기록한 메이저리그 역사상 세 번째 선수가 됐지만 팀 패배 앞에서 빛이 바랬다.

메츠의 몰락은 단순한 불운이 아니다. 8회 포수 타격방해로 시작된 실점 과정에서 보듯, 기본기 부족과 집중력 저하가 연패의 근본 원인이다. 프란시스코 린도어가 9회 쉬운 타구를 놓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플레이들이 연속으로 나오는 것은 팀 전체가 압박감에 짓눌려 있다는 증거다.

감독 카를로스 멘도사는 경기 후 "우리가 계속 기회를 만들고 있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메츠의 8연패는 2018년 이후 가장 긴 연패 기록이다. 치명적인 막판 부진에 빠진 가운데, 남은 경기에서 반등하지 못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 꿈은 완전히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에게는 메츠의 자멸 덕분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날 라이벌 LA 다저스와의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하면 0.5경기차로 앞서가게 된다. 선발 매치업은 로건 웹과 클레이튼 커쇼의 에이스 대결이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첫 가을야구 꿈이 메츠의 몰락과 함께 한층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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