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지난 18일, 잠실구장 3루 더그아웃에선 두 명의 신인 투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연채 롤모델인 선배의 '특급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이래로 꼭 만나고 싶은 선배가 더그아웃에서 함께 하자 옆 자리를 사수하며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꼬치꼬치 물었다. 키움 신인 투수 정현우와 박정훈 얘기다.
이 두 사람이 롤모델로 삼은 이는 다름 아닌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안우진. 그는 지난 17일 사회복무요원 소집 해제된 뒤 다음날인 18일 전격 1군 확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키움 선수단과 함께 했다.

안우진이 키움히어로즈 선수단과 함께한 첫 날, 더그아웃 옆 자리는 치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치열한 눈치 싸움에 성공한 신인 투수 두 사람은 의욕 가득한 자세로 안우진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쉴새 없이 물어봤다. 안우진도 그런 후배들에게 2018년부터 쌓아온 자신의 특급 노하우들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실제로 경기 중 포착된 더그아웃 모습에선 정현우와 박정훈이 안우진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물어보고, 안우진도 이들에게 야구공을 잡고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조언과 격려를 해주는 장면이 종종 보였다.
경기 후 정현우는 구단을 통해 "우진이 형이 경기 상황마다 ‘여기서는 이렇게 던지는 게 좋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더 낫다’는 식으로 계속 설명을 해주셨다. 같은 선발투수다 보니 선발 루틴 같은 부분도 물어봤다"고 밝혔다. 박정훈도 "경기를 보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우진이 형에게 슬라이더를 어떻게 잡는지, 상황별 카운트에서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등도 물어봤다"고 전했다.
안우진은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키움의 잔여 7경기에 모두 동행, 더그아웃에서 선수단과 함께한다. 정현우는 "내가 마운드에서 투구를 한 뒤 곧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대된다. 앞으로 같이 운동하는 날도 기다려진다"고 했다. 박정훈은 "앞으로도 옆에서 계속 물어보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 오늘 형과 대화를 나눴던 슬라이더는 직접 던져보고 피드백도 받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박정훈은 나이에 비해 예리하고 빠른 슬라이더를 가졌음에도, 리그 최정상 투수 안우진에게 슬라이더를 조언한 것이다.

안우진 역시 "후배들과 함께하며 도움이 되고 싶다. 나도 프로 초창기에 선배들과 대화만 나눠도 큰 힘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비록 부족하지만, 알고 있는 것을 나누려 한다. 어린 후배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편, 지난 18일 키움 구단은 부상 후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안우진을 1군 확대 엔트리에 전격 등록하며 “단순 동행을 하게 되면 더그아웃에 앉아 있지 못한다. 안우진이라는 선수가 가진 경험과 영향력을 비추어 봤을 때 더그아웃에서 신인급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이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몸 상태지만, 안우진이 더그아웃에 함께하는 것이 동료, 선후배 선수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자극과 힘이 될지 구단은 잘 알고 있었다. 그 기대대로 안우진은 엔트리 등록 첫날부터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하며 영웅군단에 값진 힘을 보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