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리 톰슨의 역투(사진=NC)
라일리 톰슨의 역투(사진=NC)

 

[스포츠춘추=잠실]

꺼져가던 NC 다이노스의 가을야구 꿈이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다. NC가 시즌 막바지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5위 KT 위즈와의 격차를 2경기 차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NC는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6차전에서 3대 0 완승을 거뒀다. 선발 라일리 톰슨의 역투와 하위타선의 김휘집-김형준의 맹타가 어우러진 완벽한 승리였다. 비슷한 시각 5위 KT가 SSG 랜더스에 패하면서 NC의 가을야구 희망이 다시 살아났다.

경기는 두산이 먼저 기회를 잡았다. 1회말 1사 후 박지훈의 중전 안타에 이어 2사 후 김재환의 안타로 1, 3루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라일리는 양석환을 상대로 3볼로 몰리며 제구가 흔들렸지만, 4구째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만든 뒤 5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6구째 다시 패스트볼을 던져 선채로 삼진 처리, 실점 없이 1회를 마쳤다.

위기를 넘긴 NC는 2회초 바로 선취점을 올렸다. 이우성과 서호철의 연속 안타가 나왔고, 서호철의 안타 때 우익수 송구 실책이 겹치면서 주자가 2, 3루로 진루했다. 여기서 김휘집이 중전 적시타를 날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반면 두산은 계속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2회 2사 1, 2루, 3회 1사 1, 2루 찬스에서 모두 후속타가 나오지 않아 득점에 실패했다. 4회에는 삼자범퇴로 물러났고, 5회에도 2사 후 NC 2루수 서호철의 실책으로 주자가 나갔지만 김재환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이닝을 마감했다.

NC는 6회초 추가점으로 쐐기를 박았다. 김휘집과 김형준의 연속 안타, 김주원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이교훈의 초구가 타자 머리 위로 높게 벗어나는 폭투가 됐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NC가 3대 0으로 리드를 벌렸다.

NC는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전사민이 6회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고, 7회 무사 1루에서 올라온 김영규도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특히 김영규는 대타로 나온 리그 타율 1위 양의지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두산의 기대를 꺾었다. 8회 배재환, 9회 김진호까지 차례로 올라와 두산의 추격을 무력화했다.

209탈삼진으로 페디와 어깨를 나란히 한 라일리(사진=NC)
209탈삼진으로 페디와 어깨를 나란히 한 라일리(사진=NC)

이날 승리의 주역은 단연 라일리였다. 5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6승째를 달성한 라일리는 이날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시즌 209탈삼진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에릭 페디와 함께 NC 투수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공동 1위 기록이다. 경기 일정상 10월 3일 최종전에 한 차례 더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페디를 넘어서는 단독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타선에서는 8, 9번 타자들이 공격을 주도했다. 김휘집이 2안타 2타점, 김형준이 3안타를 기록하며 하위타선의 폭발력을 과시했다. 발목 부상으로 한동안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던 김주원도 오랜만의 출전에서 볼넷 2개를 골라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영규는 이날 홀드를 추가해 시즌 20홀드를 기록, 배재환-김진호와 함께 KBO리그 역대 세 번째 '20홀드 트리오'를 결성했다. 

반면 두산은 이날 1군 콜업과 함께 선발 등판한 제환유가 4.1이닝 5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5회를 마치지 못했고, 이어 올라온 박정수가 1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두산 타선은 이날 산발 4안타에 그치며 좀처럼 공격이 풀리지 않아 고전했다.

이날 승리로 NC는 올시즌 두산과의 상대전적을 9승 2무 5패로 압도적 우세로 마무리했다. 또 최근 4연승을 달리며 66승 6무 67패, 승률 0.496으로 다시 5할 승률까지 1승차로 다가섰다. 여기에 이날 KT의 패배로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도 되살렸다. NC는 잔여경기 5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KT는 3경기가 남아있어 산술적으로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하다.

9월 30일에는 창원NC파크에서 두 팀의 직접 맞대결이 펼쳐진다. 이 맞대결에서 NC가 승리하고 남은 경기도 모두 이기면, KT가 다른 2경기를 모두 잡더라도 NC가 승률 0.5145로 KT(0.5143)를 근소하게 앞서 5위가 된다. NC의 가을야구 진출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승장 이호준 감독은 "오늘 경기는 2회 하위 타선에서 만든 득점으로 초반 분위기를 가져왔고, 라일리 선수의 5이닝 무실점 투구에 이어 불펜진이 흔들림 없이 상대 타선을 막아내며 승리할 수 있었다.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다해준 경기였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경기 종료 후 관중석에 많은 NC 팬들이 찾아와 주신 모습을 보고 놀랐다. 어디서든 변함없이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 감사드리며,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라일리(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라일리(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승리투수 라일리는 "좋은 승리였다. 경기 초반 어려운 상황에서 이우성을 비롯한 수비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좋은 팀의 좋은 승리였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시즌 16승으로 다승 2위가 된 데 대해서도 "중요한 상황에서 팀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쁘다"고 밝혔다.

209탈삼진으로 페디와 어깨를 나란히 한 데 대해선 "굉장히 뿌듯하다. 이전까지 이렇게 많은 삼진을 잡아본 적이 없고, 개인적으로 리스펙트하는 페디와 같은 기록을 나눌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뿌듯한 기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 한해 한국에서 여러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한 시즌을 돌아본 라일리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정말 좋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이 좋았다. 팀에서 내게 준 기회와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마지막 등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모든 걸 마운드 위에 두고 내려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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