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잠실]
라일리의 마지막 등판은 '굿바이'로 남을까, '또 봐요'가 될까.
NC 다이노스 투수 라일리 톰슨(28)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16승째를 올리며 한화 이글스 라이언 와이스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은 라일리에게 '선발 적응기'였다. 풀타임 선발투수로 첫 시즌을 보낸 라일리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까지 많은 이닝을 던져본 적이 없고, 많은 삼진을 잡아본 적이 없다"고 한 시즌을 돌아봤다.
라일리는 "선발투수를 하고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불펜으로 시작했다. 선발 기회를 받기도 했지만 풀타임 선발투수로 시즌을 치른 것은 처음"이라며 "NC에서 기회를 받고 배워나가는 과정이 있었다. 무더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어떻게 체력 관리를 해야 하는지도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150이닝 이상을 던져본 적이 없다. 회복을 잘하고 체력을 아끼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선발투수로서의 '예술'이라 느꼈다. 팀에서 그런 것들을 배워가고,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라일리의 말이다.
라일리는 26일 기준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 코디 폰세(17승)가 마지막 등판에서 승리하지 못할 시 다승 공동 1위까지 노려볼 수 있다. 여기에 이날 경기 탈삼진 6개를 추가하며 시즌 209탈삼진째를 기록해 2023시즌 에릭 페디가 기록한 구단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남은 경기에서 1개의 탈삼진만 기록해도 구단 역대 최다 타이틀을 차지한다.
라일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뿌듯하다. 선수 생활 동안 한 시즌 이렇게 많은 삼진을 잡아본 적이 없다. 존경하는 페디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에 굉장히 뿌듯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록 달성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이제 관심은 라일리의 올 시즌 뒤 거취에 쏠린다. 다승과 탈삼진 부문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라일리지만 동시에 한계도 드러냈다. 전반기 18경기에서 11승 4패 평균자책 2.98을 기록했지만, 후반기 11경기에서는 5승 3패 평균자책 4.50을 기록했다.
강렬했던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들어 상대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진 것은 사실. 다만 7월 평균자책 5.56으로 바닥을 친 뒤 8월 3.72, 9월 3.20으로 달을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시즌 평균자책은 3.51이다. 이호준 감독은 "처음 경험하는 폭염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라일리의 후반기 부진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간 NC에서 뛴 에릭 테임즈, 드류 루친스키, 에릭 페디, 카일 하트 등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거액 계약을 맺고 '유턴'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마이너리그 트리플A가 최고 레벨이었던 라일리로서는 여전히 빅리그가 꿈의 무대다. 다만 올 시즌 보여준 퍼포먼스만으로는 빅리그 유턴보다는 NC와 재계약이 좀 더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이에 관해 라일리는 "너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내 이전에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의 기록도 알고 있고 잘해서 미국에 돌아온 것도 다 알고 있지만, 어쨌든 나에게 중요한 것은 팀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지금은 그것만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NC가 라일리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가 관건이다. 아쉬웠던 후반기에 초점을 맞춰 더 좋은 투수를 찾을 수도 있다. 다만 풀타임 선발 첫 시즌 '적응기'를 보낸 라일리가 다음 시즌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올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2년차 시즌에는 '완성형'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라일리에게도 팀에도 10월 3일이 유력한 마지막 등판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중요하다. 라일리는 "한국이 좋고, 한국 사람들이 좋다. NC가 이렇게 큰 기회를 준 것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마지막 등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마운드 위에 모든 걸 내려놓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