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고척]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을 '피스메이커'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소속 외국인 선수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선수의 과한 감정 표출이 상대를 자극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걸 재빨리 막았다.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숭용 감독은 전날 롯데전에서 불거진 드류 앤더슨 관련 논란에 관해 해명했다. 앤더슨은 29일 롯데전에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 승리를 기록했다. 시즌 245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웠고, 코디 폰세를 제치고 리그 탈삼진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6회 2사 1루에서 전준우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뜬금없이 상대 타자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분노를 표출해 논란을 자초했다. 전준우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머리 속엔 곧 험악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는 예감이 스쳤다.
이때 이숭용 감독이 재빠르게 더그아웃에서 나왔다. 전준우에게 사과하고 김태형 롯데 감독에게도 모자를 벗고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다. 감독의 빠른 대처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진화됐다. 김태형 감독도 "선수를 컴다운 시키라"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그냥 넘어갔다.
이숭용 감독은 "앤더슨 선수의 성향이 안 좋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어제도 경현호 코치가 5회, 6회에 올라갔는데 많이 힘들다는 표현을 했다. 바꿔야겠다 싶었는데 6회까지 어떻게 가보자 했던 상황이었다"며 "마지막까지 최대한 집중하면서 다 쏟아붓고 난 뒤 긴장이 풀리면서 본인이 갖고 있던 게 나온 거다"라고 설명했다.
앤더슨을 2년간 지켜본 덕분에 이제는 앤더슨 전문가가 됐다는 이 감독이다. "어느 타이밍에 앤더슨의 감정이 올라올지 보인다. 본인이 엄청 힘든 상황에서 계속 커트, 파울이 나오고 하다가 거기서 뭔가를 딱 이뤄내면 안도감이라고 할까, 긴장이 풀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나온다."
어제도 그 타이밍이 올 걸 미리 감지했다고 한다. "나는 그걸 이해했다. 아, 이 선수가 가진 걸 쏟아부었구나. 딱 보고 느낌이 왠지 그럴 것 같았다"며 "그래서 얼른 나가서 전준우에게도 미안하다고 하고, 김태형 감독님께도 사과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물론 앤더슨의 감정 표출을 억제하려는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다. 여러차례 면담도 해봤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본인도 모르게 나온다. 본인도 조절이 안 된다고 한다"며 "저나 코칭스태프들이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상대 팀들이 오해하지 않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나름의 대비책을 설명했다.
이숭용 감독은 "나도 감독이지만 만약 상대 팀이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보기 안 좋을 거다. 그런데 2년 동안 얘기하는데도 안 되는 걸 보면 내가 좀 빨리 움직이는 게 제일 낫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상대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 본의 아니게 자극하게 되는 거니까 빠르게 무마시키는 게 맞고 그게 상대 팀에 대한 예의고 에티켓"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이따금 하는 행동은 '금쪽이'지만,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동안만큼은 믿음직한 앤더슨이다. 올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71.2이닝 동안 12승 7패 평균자책 2.25를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앤더슨이 이처럼 한 시즌에 많은 이닝을 소화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선수 입장에서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팀 사정상 계속 선발로 나서고 있다.
이숭용 감독은 "이제라도 엔트리에서 빼서 좀 쉬게 해줄 생각이다. 그걸 아니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팀 사정상 지금은 앤더슨만한 투수가 없다. 늘 5이닝만 생각하고 어떻게든 버텨보려 한다"고 말했다. 대신 체력 관리를 위해 4일 휴식 후 등판은 최대한 자제했다고. 이 감독은 "막판에도 외국인 선수들은 4일 로테이션을 안 들렸다. 5일 로테이션으로 돌리고 6일로 돌렸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면 3위가 확정되는 SSG는 김건우를 선발로 내세워 승리를 노린다. 김건우는 지난 KIA전 선발등판에서 5.1이닝 무실점 12탈삼진 인생투를 던졌다. SSG는 박성한(유)-기예르모 에레디아(좌)-최정(3)-한유섬(지)-고명준(1)-최지훈(중)-김성욱(우)-정준재(2)-조형우(포)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