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은 2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은 2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났다. (사진=스포츠춘추 박승민 기자)

[스포츠춘추]

"지면 배우는 게 많다는데, 아픔뿐이다."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대행이 26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올 시즌 성적은 9위에 머물렀지만, 두산과 조 대행의 방향성은 확실하다. 치열하게 싸워서 '이기는' 야구다.

조 대행은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끈질기게 달라붙어야 한다. 그것이 젊은 선수들과 팀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해왔다. 리빌딩 과정이라고 해서 패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기는 경험이 쌓여야 선수가 성장하고, 팀이 강해진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26일 NC전에서 라일리 톰슨을 공략하지 못하고 0대 3으로 패했다. 27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조 대행은 "강한 투수들이 연달아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상대 선발은 김광현이었다. 만만찮은 투수를 연이어 만난 두산은 이날도 공략에 실패하며 패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28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조 대행은 희망을 봤다. 선발 투수 곽빈이 7이닝 2자책으로 승리의 발판을 깔았고, 타선은 9안타 7사사구로 7득점을 뽑아냈다. 7대 2 승리로 롯데의 가을야구 탈락을 확정지으며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곽빈은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이었다. 1회초 세 타자를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시속 158km 강속구를 앞세워 윤동희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두산은 곽빈의 호투에 힘입어 1회말 제이크 케이브와 김재환의 연속 안타로 빠르게 선취점을 냈다. 경기 초반부터 유리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두산 김민석은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5회 2루타를 때려내며 득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사진=두산)
두산 김민석은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5회 2루타를 때려내며 득점의 발판을 만들었다. (사진=두산)

5회초 롯데에 동점을 허용했지만, 5회말 김민석과 안재석의 연속 2루타로 곧바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조 대행이 추구하는 '끈질긴 야구'가 나온 장면이다.

조 대행은 "1군에서는 성공 경험이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팀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9월 타율 0.211에 그치며 부진에 시달리던 김민석은 이날 득점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하며 성공 경험을 쌓았다.

조 대행은 김민석에 대해 "선발로 기용하기에는 냉정하게 타격 성적이 빼어나지 않다. 타석에서 결과를 내는 데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날 김민석의 타구는 중견수 키를 넘어 잠실 중앙 담장 바로 앞까지 날아갔다. 조 대행이 기대한 장면이 나온 것이다.

두산은 6회 2점, 8회 3점을 추가하며 경기 주도권을 확실히 했다. 8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제이크 케이브가 기록한 싹쓸이 3루타는 롯데의 추격 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케이브는 시속 149km 초구를 타격해 우중간을 완벽히 갈랐다. 느린 타구가 담장까지 굴러가는 틈을 타 이를 악물고 3루까지 내달렸고,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더그아웃을 향해 주먹을 움켜쥐며 세리머니를 했다.

이날 경기는 두산과 조 대행이 추구하는 '이기는 야구'의 표본이었다. 조 대행은 "혹자는 지면서 배우는 게 많다고 한다. 하지만 지면 정말로 아픔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빌딩 과정에서 패배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경계한 발언이다.

조 대행은 끈질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끈질기게 달라붙어야 한다. 그것이 젊은 선수들과 팀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무조건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승패는 신경 쓰지 않는 게 리빌딩이 아니라는 뜻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이기는 경험을 쌓아야 선수가 성장한다는 게 두산과 조 대행의 철학이다.

곽빈에 이어 박치국과 김택연이 8, 9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가져온 분위기를 꽉 움켜쥔 채 승리를 매듭지었다. 27일 경기를 앞두고 "우리는 잔여 경기가 없어 시즌이 빨리 끝난다. 잘 해서 깔끔하게 끝났으면 좋겠다"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했던 조 대행이다.

두산은 시즌 최종전인 30일 잠실에서 LG를 상대한다. 이날처럼 '이기는 야구'로 시즌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그리고 다음 시즌 두산야구의 기대감을 키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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