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이제 판세는 NC 다이노스 쪽으로 기울었다. 1일 NC와 KT 위즈가 나란히 승리를 거두면서 두 팀에 남은 경기는 3일 각각 1경기뿐이다. NC는 창원 홈에서 SSG 랜더스와, KT는 수원 홈에서 한화 이글스와 맞붙는다.
2일 현재 NC는 70승 6무 67패로 승률 0.5109, KT는 71승 4무 68패로 0.5108을 기록 중이다. 승차는 없다. 승률 0.0001 차이로 NC가 5위, KT가 6위에 자리했다.
불과 일주일 전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9월 25일만 해도 KT는 NC에 3경기 차로 앞서 있었다. 가을야구가 사실상 결정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NC는 거짓말 같은 연승을 질주하며 단숨에 게임 차를 좁혔다. 마침내 30일 창원에서 벌어진 직접 대결에서 KT를 꺾으며 모든 걸 뒤집었다. 1경기 차였던 승차를 지웠고, 승률에서도 앞서며 5위로 올라섰다.
만약 남은 2경기에서 두 팀이 모두 2패를 당했다면 승차와 승률이 같아져 5위 결정전이 성사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일 NC는 1위 LG를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KT도 힘 빠진 KIA 타이거즈를 대파했다. 이로써 5위 결정전 시나리오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경우의 수는 9가지다. 이 가운데 NC가 5위로 올라서는 시나리오는 6가지, KT가 5위로 가을야구 막차를 타는 시나리오는 3가지다.
NC는 일단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무조건 5위다. KT가 어떤 결과를 내든 상관없이 승률에서 앞선다. NC가 무승부를 거둬도 KT가 똑같이 무승부를 기록하거나 패하면 NC가 5위로 진출한다. 심지어 NC가 지더라도 KT가 함께 지면 역시 NC가 가을야구 진출권을 거머쥔다.
반면 KT는 반드시 이기고 봐야 한다. KT가 이기고 NC가 무승부에 그치거나 패해야 순위 역전이 가능하다. NC가 패하고 KT가 무승부를 거둬도 간발의 차이로 가을야구행이다. 자력 5위는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대진상으로는 두 팀 모두 유리하다. NC가 상대하는 SSG는 이미 3위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다. 1일 홈 최종전까지 마친 뒤라 남은 2경기는 그저 보너스 게임일 뿐이다.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 미치 화이트와 에이스 김광현은 모두 시즌을 마감했다. 우완 송영진이 선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불펜도 사정은 비슷하다. 30홀드 듀오 노경은과 이로운이 등판하지 않을 예정이고, 마무리 조병현도 휴식을 취한다. 주전 타자들 중에도 베테랑이나 부상자가 많아 젊은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총력전을 벌일 NC가 1.5군으로 나서는 SSG보다 유리한 건 당연하다.
KT 상황도 비슷하다. 1일 인천 경기 패배로 2위가 확정된 한화를 상대한다. 한화 역시 최종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없다. 굳이 주력 선수들을 내세워 부상 위험에 노출시킬 필요도 없다. 전력을 총동원할 KT가 한화보다 유리한 조건인 건 분명하다.
물론 야구는 이기고 싶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1일 SSG와 한화의 경기만 봐도 그렇다. 주력 불펜진이 휴식을 취한 SSG는 6회까지 2대 1로 앞서가다가 7회 2대 5 역전을 허용했다. 3점차로 뒤진 가운데 9회말 한화 마무리 김서현이 등판했다. 2아웃 주자 없는 상황. 경기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안타로 주자가 출루했고, 현원회가 데뷔 첫 홈런을 추격의 투런포로 장식했다. 스트레이트 볼넷이 이어졌고, 신인 포수 이율예가 끝내기 역전 투런포를 날렸다.
한화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비슷한 시각 1위 LG가 잠실에서 패한 뒤라 이 경기만 이기면 0.5경기 차. 3일 최종전까지 승리하면 공동 1위로 1위 결정전까지 가능한 위치였다. 그만큼 절박했던 경기였지만, 승패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SSG에 역전패를 당했다. NC와 KT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억눌리면, 부담없이 경기하는 팀에게 말릴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흥미로운 건 상대팀 감독들과의 인연이다. NC가 상대할 SSG 이숭용 감독은 KT와, KT의 상대인 한화 김경문 감독은 NC와 인연이 깊다. 두 감독 다 전 소속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섰다. 이숭용 감독은 KT 단장으로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지만 이후 밀려나듯 팀을 떠나야 했다. 김경문 감독은 NC 창단 감독으로 팀을 여러 차례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한국시리즈 준우승도 안겼다. 두 사령탑이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피타고라스 기대승률로 계산한 가을야구 확률은 NC가 74.2%, KT가 25.8%다. 물론,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일 뿐이다. 3일 최종전, KBO리그 역사에 남을 5위 싸움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