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창원NC파크에서 터진 환호성이 멀리 수원까지 들려오는 듯하다. 5위 자리를 걸고 벌이는 정규시즌 최종전 운명의 경기에서 KT 위즈가 1회초부터 한화 비주전 라인업을 상대로 6점을 허용하며 큰 위기를 맞았다. 오원석은 선발 등판해서 1아웃만 잡고 강판당했고, 구원 등판한 패트릭 머피도 실점을 허용했다.
KT 위즈는 10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진행 중인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한 2025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1회부터 7피안타 1볼넷으로 6실점을 내줬다. 2회초 현재 0대 6 큰 점수 차로 끌려가고 있다.
이날 경기는 KT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승부다. 경기 전까지 KT는 5위 NC 다이노스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6위로, 이날 경기를 반드시 이긴 뒤 NC가 SSG 랜더스 상대 최종전을 지거나 무승부로 끝내야 5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 9월 25일까지만 해도 3경기 차로 여유 있게 5위를 달리면서 무난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할 것처럼 보였지만, NC가 파죽의 8연승 행진을 달리면서 역전을 허용해 벼랑 끝에 몰렸다.
이미 정규시즌 2위 자리를 확정한 한화 이글스는 이날 주전 선수들 대부분을 빼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원석(중견수)-권광민(1루수)-최인호(좌익수)-노시환(3루수)-이진영(지명타자)-이도윤(유격수)-김태연(우익수)-허인서(포수)-황영묵(2루수)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에서 이원석, 노시환, 이진영, 김태연 정도를 제외하면 백업 혹은 1.5군급 선수들이다.
선발 투수도 2023년이 1군 마지막 등판인 우완 박준영을 기용했다. 김경문 감독은 "오늘 경기는 좀 편안하게 하려고 한다"면서 승패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드시 이날 경기를 이겨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임하는 KT와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경기하는 한화의 대결. 다만 KT가 주전 멤버를 총출동시키고 한화는 1.5군급이 나오는 만큼 KT가 유리해 보이는 경기였다.

하지만 막상 시작한 경기에서 한화 타자들은 1회부터 KT 마운드를 정신없이 두들겼다. 선두타자 이원석이 초구에 우전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2번 권광민은 0대 2 불리한 카운트에서 3구를 볼로 고른 뒤 4구째를 받아쳐 우전안타를 날렸다.
오원석의 폭투로 만들어진 무사 2, 3루 찬스. 여기서 좌타자 최인호의 방망이가 벼락처럼 돌아갔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0미터짜리 대형 홈런. 최인호의 3점 홈런으로 한화가 예상을 깨고 1회부터 빅이닝을 만들며 앞서나갔다.
첫 아웃은 정작 이날 라인업에서 몇 안 되는 주전 멤버 노시환의 타석에서 나왔다. 노시환의 큼직한 타구가 중견수 펜스 앞에서 잡히면서 1아웃이 됐다. 그러나 한화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이진영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이도윤의 좌전안타가 이어지면서 다시 주자 1, 2루를 만들었다.
결국 KT 위즈 벤치가 움직였다. 이날 경기 중요한 승부처에서 투입하려던 외국인 투수 패트릭 머피를 1회초 1사 1, 2루에서 투입했다. 그러나 패트릭이 올라와서도 한화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김태연의 우전안타로 이진영이 홈을 밟아 4대 0이 됐고, 2아웃 이후에는 황영묵이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6대 0. 타자일순해 1회에만 두 번째 타석에 나선 이원석이 다시 좌전안타로 주자 1, 2루를 만들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1회는 두번째 타석에 나온 권광민이 9구 승부 끝에 2루수 뜬공으로 아웃당하면서 마침내 끝났다. 전광판에는 '6'이라는 숫자가 불길하게 새겨졌다.
선발 오원석은 0.1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볼넷 5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갔다. 패트릭은 0.2이닝 3피안타 1실점을 허용했다. 11명의 타자를 상대로 두 명의 선발투수가 1회에만 43구를 던지면서 6점을 내준 것이다. 이날 경기를 이겨도 5강을 장담할 수 없는 KT 입장에서는 참사에 가까운 1회가 되고 말았다.
같은 시각 창원NC파크에서는 NC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우천 순연돼 4일 오후 5시로 연기된 상황이다. 만약 KT의 경기가 이대로 패배로 끝난다면 NC는 내일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확정하게 된다. 1회 한화의 공세를 지켜본 창원의 큰 환호성이 수원까지 들려올 정도로 크게 울려 퍼졌을 법하다. KT의 가을야구를 향한 간절한 꿈이 1회부터 흔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