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로 끝난 경기(사진=한화)
무승부로 끝난 경기(사진=한화)

 

[스포츠춘추=수원]

수원 구장을 가득 채운 만원 관중의 간절한 응원에도 KT 위즈는 홈 최종전 승리를 장식하지 못했다. KT 위즈가 홈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이자 가을야구 진출이 걸린 운명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KT는 10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한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1회 6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6대 6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로써 KT는 71승 5무 68패 승률 0.511로 144경기 정규시즌 일정을 마감했다. 한화는 83승 4무 57패 승률 0.593으로 최종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는 KT에게 가을야구 진출이 걸린 마지막 기회였다. 5위 NC와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6위인 KT는 이 경기를 잡은 뒤 NC가 SSG에 지거나 무승부를 해야 가을야구 막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NC가 승리할 경우에는 KT가 이겨도 5강이 불가능하다. 어찌 됐든 일단 이겨놓고 NC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게 KT 입장이었다.

경기 전 양 팀 라인업만 봐서는 도저히 질 수 없을 것 같은 경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지면 그대로 시즌이 끝나는 KT는 부상에서 돌아온 김민혁까지 라인업에 넣으면서 주전 멤버를 총동원했다. 선발 투수로는 11승 투수 오원석을 기용하고 외국인 투수 패트릭 머피까지 불펜에 대기시켰다.

반면 이미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한화 이글스는 노시환 외에 대부분의 주전 선수를 라인업에서 제외했고, 선발 투수도 원래 등판 순서였던 류현진 대신 2023년 이후 1군 등판이 없는 박준영을 내세웠다. 김경문 감독은 "오늘 경기는 편안하게 임하려고 한다"며 승패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기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통해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기 원하는 한화 젊은 선수들의 의지는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한화 타선은 1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오원석을 정신없이 두들기며 1회에만 6득점을 올렸고, 결코 쉽게 승리를 내줄 의향이 없음을 선언했다. 오원석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연속 안타를 맞은 뒤 3번 최인호에게 우월 3점 홈런을 허용했다. 노시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 돌리나 했지만, 다시 볼넷과 2루타로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KT는 오원석의 조기 강판을 선택했다. 패트릭이 예정보다 이른 1회초 1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올라온 패트릭도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김태연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준 뒤 2아웃 이후 황영묵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점수는 0대 6으로 벌어졌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초반 큰 점수차까지 이중의 무게에 눌린 KT 타자들은 한화 선발 박준영을 상대로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하고 끌려갔다. 볼과 스트라이크 비율이 거의 1대 1에 가까웠지만 자꾸 나쁜 볼에 배트가 따라나갔다. 대량 실점 이후 한두 점이라도 빠르게 따라잡았어야 하는데 4회까지 한 점도 내지 못하면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1회 1사 후 연속 볼넷으로 득점 찬스를 잡았지만 강백호가 인필드 플라이로 허무하게 물러났고, 황재균마저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당해 무득점에 그쳤다. 2회에도 2사 후 김상수가 볼넷을 골라 나갔지만 장준원이 유격수 땅볼로 아웃당해 득점하지 못했다.

3회엔 1사 후 김민혁의 경기 첫 안타가 나왔지만 안현민과 강백호가 연속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다. 4회엔 황재균-장성우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고 앤드류 스티븐슨이 내야 뜬공으로 아웃당해 역시 무득점에 그쳤다.

KT의 첫 득점은 5회가 돼서야 나왔다. 선두 타자 볼넷과 대타 이정훈의 안타로 잡은 무사 1, 3루 기회. 여기서 허경민이 중견수 쪽 큼직한 플라이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1점을 만회했다. 2사 후엔 안현민의 안타와 강백호-황재균의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득점이 나왔다. 계속된 2사 만루의 대량 득점 찬스에 장성우 타석. 그러나 2볼 이후 박준영의 패스트볼 3개가 전부 ABS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면서 선 채로 삼진당해 추가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한화 선발투수 박준영(사진=한화)
한화 선발투수 박준영(사진=한화)

6회부터 올라온 강재민-주현상-김종수에게 다시 무득점으로 꽁꽁 막힌 KT 타선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반격에 나섰다. 바뀐 투수 윤산흠을 상대로 대타 이호연과 김민혁의 안타로 만든 1사 1, 3루에서 안현민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 이어 강백호의 적시타로 또 한 점을 따라붙어 4대 6까지 추격했다.

2사 후 장성우의 몸에 맞는 볼로 만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여기서 앤드류 스티븐슨의 좌익수 쪽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면서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극적인 6대 6 동점에 성공했다. 김상수가 다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2사 1, 2루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이호연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연장으로 넘어갔다.

KT는 10회부터 마무리 박영현을 투입해 한화의 득점을 봉쇄했다. 그리고 10회말 공격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찬스를 맞았다. 1사 후 김민혁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안현민의 2루 땅볼에 황영묵의 알까기 실책이 나와 1사 2, 3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인플레이 타구 하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

그러나 여기서 타석에 나온 선수는 앞서 9회 강백호의 대주자로 나왔던 유준규였다. 유준규는 3볼에서 4구째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5구째에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여기서 스퀴즈를 예측한 한화 배터리가 피치아웃하듯 높게 빠지는 공을 던졌고, 유준규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번트 실패.

홈으로 달려오던 3루 주자 김민혁은 협살에 걸려 3루로 돌아가다가 태그 아웃당했다. 여기에 3루를 노리던 2루 주자 안현민도 2루로 돌아가면서 태그 아웃당했다. 3루 주자 김민혁은 타이밍상으로는 세이프였지만 발이 떨어지면서 글러브에 태그당해 아웃이 됐다. 김민혁이 세이프됐다고 생각한 안현민은 2루로 돌아가려다가 아웃당했다. 어이없이 주자 두 명이 모두 횡사하면서 찬스를 날려버렸다.

결국 11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도 점수를 내지 못한 KT는 6대 6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주전 선수들이 다 빠진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1회부터 6점을 내주면서 힘든 상황을 자초했고, 타선 역시 2년 만에 1군에 올라온 투수를 상대로 끌려가는 등 힘겨운 경기 끝에 승리를 놓쳤다.

KT 선발 오원석은 0.1이닝 4피안타 1볼넷 5실점으로 최악의 피칭을 펼쳤다. 두 번째 투수 패트릭 머피는 1회에는 1점을 내줬지만 이후 2회부터 8회까지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7.2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1회에 내준 6점이 너무 컸다. 

한화 선발 박준영은 5이닝 3피안타 6볼넷 3탈삼진 2실점 피칭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대했지만, 마지막 9회 불펜이 동점을 허용하면서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이날 박준영은 최고 150km의 강강속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2023년 9월 27일 삼성전 이후 737일 만의 1군 등판에서 인상적인 피칭을 펼쳤다. 

한화 타선에서는 최인호가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2안타 1타점으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이원석과 이도윤은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활약을 보였다. KT는 안현민이 3안타를 기록하며 외롭게 활약했지만 다른 타자들의 활약이 아쉬웠다.

이제 KT에게 남은 경우의 수는 하나뿐이다. NC가 4일 열리는 SSG 랜더스와의 최종전에서 져야만 KT가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게 된다. 만약 NC가 이기거나 무승부로 경기를 끝낼 경우에는 NC가 5위로 포스트시즌행 막차를 타게 된다. NC는 라일리 톰슨을 선발로 예고했고 SSG 랜더스는 김광현을 선발로 예고해 일단 NC로선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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