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대전]
노림수가 있었다. 상대 투수가 필승조에다가 구위가 좋은 젊은 투수였지만, 앞 타석을 유심히 지켜보며 이날 결승타를 뽑아낼 수 있었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채은성(35) 얘기다.
채은성은 1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 1차전 5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해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포테토칩 선정 '오늘의 포텐터짐 상'을 받았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채은성은 6회말 2사 2,3루에서 터진 우전 2타점 결승타 상황에 대해 "(노시환 타석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호성의 포심 패스트볼이 정말 좋더라. 구위도 좋았다. 그런데 앞서 던진 커브 두 개를 보면서 제가 칠 수 있는 각을 잡을 수 있었다. 각을 보고 들어갔기 때문에 커브가 왔을 때 대처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호성은 무사 2,3루 구원등판해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문현빈과 노시환을 각각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순식간에 2사 2,3루를 만들었지만, 마지막 고비에서 채은성을 넘지 못했다. 바로 노련한 채은성이 이호성의 투구 패턴과 공의 궤적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호성은 노시환 타석 때, 커브 2구를 포함해 포심 3구를 던졌는데, 3구째 볼로 판정난 커브가 채은성에게 결승타를 맞은 커브와 위치가 엇비슷했다. 노시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똑같은 수는 통하지 않았다. 채은성은 1구와 2구째 커브를 지켜보다가, 3구째 하이 패스트볼을 한 차례 파울로 만들었고, 4구째 노시환과 같은 위치인 바깥쪽 하단에 떨어지는 커브를 놓치지 않고 직격해 8-6으로 앞서가는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이날 채은성을 포함해 노시환이 5타수 3타수 1타점을 기록했고, 손아섭, 루이스 리베라토, 문현빈까지 상위타선도 멀티히트로 장단 15안타 행렬에 힘을 보탰다. 채은성은 "정규시즌 마치고 오늘 경기까지 2주 간의 시간 동안 PO를 준비하면서 타격 코치님들께서 고생을 많이 해주셨다. 저희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비록 4경기였지만, 추석 연휴 기간임에도 감사하게 연습상대가 돼 주신 연천 미라클과 상무 피닉스에게도 감사하다. 덕분에 감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연습 경기 동안 타선의 감이 다 좋았다. 그래서 이 부분이 걱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 타자들은 안타 하나 칠 때마다 세리머니를 크게 했다. 독수리 날개 세리머니부터 각종 세리머니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채은성은 "고참 형들이 주문한 부분이다. 우리팀에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많아서 분위기를 표출해야한다고 생각해 형들이 그렇게 주문하셨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좋은 감정을 표출해야 분위기도 올라오고, 긴장도 풀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기 초반부터 1선발이자 '에이스' 코디 폰세가 흔들렸다. 이날 폰세는 6이닝 동안 6실점(5자책)했다. "솔직히 분위기가 좋진 않았다"고 한 채은성은 "1선발이 무너지며 경기가 어렵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문현빈을 비롯해 어린 선수들이 분위기를 끌고 와줘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채은성은 "오늘 최우수선수(MVP)로 뽑을만한 선수가 너무 많다. 투수쪽도, 야수쪽도 그렇다. 모두가 잘해서 이긴 승리"라며 "팬분들께서도 유니폼처럼 단체로 주황 우비를 입으셔서 정말 '우리집'에서 경기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 응원 분위기가 정말 저희한테 큰 힘이 됐다"라며 전석 매진으로 자리를 꽉 채워준 팬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이날 승리는 한화 신구장의 첫 포스트시즌 승리이자, 2007년 10월 12일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당시 5-3 승리) 이후로 18년 만의 홈에서 포스트시즌 승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