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코글루 감독(사진=중계화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사진=중계화면)

 

[스포츠춘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또 잘렸다. 토트넘 홋스퍼에서 경질당한 지 불과 넉 달 만에 새 팀 노팅엄 포레스트에서도 경질당했다. 부임한 지 불과 39일 만이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18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첼시전에서 0대 3으로 패한 직후 포스테코글루 경질 소식을 알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의 후임으로 지난 9월 9일 부임했지만 8경기에서 2무 6패로 단 1승도 건지지 못했다. 노팅엄 포레스트 정규 감독 중 100년 만에 최악의 출발이다.

포레스트에서 남긴 성적은 참담했다. 챔피언십 소속 스완지 시티에 카라바오컵에서 탈락했고,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 1점만 따냈다. 17위로 강등권에서 고작 1점 위였다. 30년 만에 유럽 무대에 복귀한 팀의 유로파리그 첫 두 경기에서도 레알 베티스와 2대 2로 비긴 뒤 미티윌란에 2대 3으로 졌다.

홈 관중들은 경기장에서 "아침에 짤릴 거야"라고 외치며 조롱했다. 포스테코글루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첼시전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과거 우승 경력을 떠벌리며 "시간만 주면 언제나 결말은 같다. 이전 구단들에서 모두 그랬다. 트로피로 끝난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패배와 이어진 경질을 피하진 못했다.

노팅엄 포레스트는 발표문에서 "일련의 실망스러운 결과와 경기력 끝에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즉각 경질했다"며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포스테코글루 영입 당시 에반젤로스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우리의 여정을 돕고 모든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

포스테코글루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감독이다. 호주에서 경력을 시작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호주 대표팀을 이끌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했다. 일본 요코하마 F. 마리노스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2023년 토트넘에 합류했다.

하지만 토트넘에선 쓴 맛을 봤다. 2023-24시즌 5위로 마감한 뒤 두 번째 시즌 5월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17년 만에 트로피를 안겼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성적은 참담했다. 토트넘은 17위로 추락했고, 지난 6월 경질됐다. 이후 노팅엄 감독직을 구했지만 이번엔 아예 1승도 못하고 또 다시 경질당하면서 커리어에 큰 스크래치가 생겼다.

포스테코글루가 데려온 코칭스태프(사진=노팅엄 포레스트 SNS)
포스테코글루가 데려온 코칭스태프(사진=노팅엄 포레스트 SNS)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노팅엄 포레스트 담당 폴 테일러 기자는 "한번에 너무 많은 변화"가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기자는 "프리미어리그 5경기를 포함해 8경기, 한 달 남짓한 기간은 문제를 판단하기엔 매우 짧은 시간"이라면서도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 홋스퍼 시절의 무거운 그림자를 지니고 왔다. 시작도 하기 전에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했다"고 썼다.

테일러 기자는 "가장 큰 문제는 토트넘 시절에 받았던 모든 비판이 시티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되풀이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스타일에 대한 완고한 고집, 언론 앞에서 보인 도전적인 태도,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무능력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포스테코글루는 전임자의 성공과도 비교당해야 했다. 테일러 기자는 "전임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는 성공했을 뿐 아니라 라커룸과 팬들 사이에서 높은 존경을 받았다"며 "그는 지난 시즌 노팅엄 포레스트가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다투게 만들었고, 결국 30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따내며 유럽 무대로 복귀시켰다"고 설명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전임자와 전혀 다른 철학, 전혀 다른 방식, 전혀 다른 성격으로 왔다. 테일러 기자는 "한번에 너무 많은 변화를 시도한 게 독이 됐다"고 진단했다. "포스테코글루를 선임한 건 그가 승리자로 여겨졌기 때문"이었지만, 짧은 재임 기간 "노팅엄 포레스트 팬들이 본 건 토트넘을 지난 시즌 리그 17위로 떨어뜨리며 챔피언십 강등 위기에 몰아넣었던 감독이었다"고 썼다.

말이 아니라 결과가 필요했던 노팅엄 포레스트. 39일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포스테코글루에게 주어진 기회는 거기까지였다. 이제 포스테코글루에게서 사람들은 과거의 영광이 아닌 패배와 변명, 자기 합리화의 이미지를 본다. 커리어를 망친 포스테코글루가 당분간 다시 프리미어리그 감독직을 맡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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